'노란 조끼' 시위로 궁지에 몰린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선택한 해결책은 사회적 대토론이다. 두 달간 전국을 돌며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얼마 전 인구 1만명짜리 소도시에서 한 젊은이가 부유세(稅)를 부활하라며 마크롱을 매섭게 몰아붙였다. 마크롱은 핏대를 세웠다. "(직전 사회당 정부에서) 부유세를 부활시킨 동안 우리가 더 잘살게 됐나요? 거리의 노숙자가 줄었습니까? 그렇지 않아요. (부자들에게) 선물을 주려고 부유세를 폐지한 게 아닙니다." 부유세(ISF)는 직역(直譯)하면 '자산에 대한 연대의 세금'이다. S가 '연대(Solidarité)'를 말한다. 부자의 돈을 나눠 갖자는 프랑스식 사회주의 전통이 배어 있다. 마크롱이 '노란 조끼'의 첫 번째 요구 사항이었던 부유세 부활을 선뜻 수용했다면 시위를 일찍 잠재울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완강히 거부하며 어려운 길을 갔다. 징벌적인 세금을 걷어봤자 국리민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걸 익히 지켜봤기 때문이다. 프랑스 '국민 가수' 조니 알리데는 2006년 "수입 대부분을 세금으로 뜯기고 싶지 않다"며 스위스로 옮겨갔고, 2012년에는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그룹(LVMH) 회장이 벨기에 국적을 얻었다. 지금도 스위스 300대 부자 중 54명이 프랑스인이다. 부자들이 도망가니까 세수(稅收) 증대 효과가 미미한 건 물론이고, '큰손'의 공백으로 투자 부진에 시달려 경기 침체 요인이 됐다. 저소득층의 삶에 도움이 안 됐다. 부유세의 S가 '연대'가 아니라 '탈출(Sortir)'이라는 조롱과 비판이 쏟아졌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일간 더타임스는 영국 억만장자 93명 중 28명이 해외 조세회피처에 살고 있다고 했다. 또 6800명의 부자와 1만2000개의 기업이 바하마 같은 조세회피처로 근거지를 옮겼다고 집계했다. 더타임스는 부유층의 꼼수 절세(節稅)를 비판하면서도 한 가지는 분명히 짚었다. 좌파 노동당이 집권하던 2010년 소득세 최고 세율을 50%까지 올려 3년간 유지하는 사이 집중적으로 부자와 기업이 빠져나갔다고 지적했다. 이는 한국에도 해당될 수 있는 이야기다. 돈 많은 사람과 대기업을 혼내듯 세금으로 두들기는 정책이 평범한 이들에게 과연 도움이 되는지 냉철히 따져봐야 한다. 지난해 한국 기업이 해외 투자에 쓴 돈은 사상 최대치인 56조원대에 달했다. 10분의 1만 국내로 돌려도 제법 많은 일자리를 추가할 수 있 었다. 돈 있는 개인도 과중한 세금 부담과 미세 먼지를 피해 한국을 등질 개연성이 조금씩 커지는 중이다. 부자와 대기업은 마땅히 세금을 더 내야 한다. 그렇지만 그건 그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기분 좋게 납세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세금으로 '벌을 주는' 수위에 이르러 다른 나라를 기웃거리게 만들면 결국 모두에게 손해를 가져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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