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 세설신어

[정민의 世說新語] [363] 득조지방(得鳥之方)

bindol 2020. 8. 3. 07:52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두혁(杜赫)이 동주군(東周君)에게 경취(景翠)를 추천하려고 짐짓 이렇게 말했다. "군(君)의 나라는 작습니다. 지닌 보옥을 다 쏟아서 제후를 섬기는 방법은 문제가 있군요. 새 그물을 치는 사람 얘기를 들려드리지요. 새가 없는 곳에 그물을 치면 종일 한 마리도 못 잡고 맙니다. 새가 많은 데에 그물을 펴면 또 새만 놀라게 하고 말지요. 반드시 새가 있는 듯 없는 그 중간에 그물을 펼쳐야 능히 많은 새를 잡을 수가 있습니다. 이제 군께서 대인(大人)에게 재물을 베푸시면 대인은 군을 우습게 봅니다. 소인에게 베푸신다 해도 소인 중에는 쓸 만한 사람이 없어서 재물만 낭비하고 말지요. 군께서 지금의 궁한 선비 중에 꼭 대인이 될 것 같지는 않은 사람에게 베푸신다면 소망하시는 바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전국책(戰國策)'에 나온다.

득조지방(得鳥之方), 즉 새를 많이 잡는 방법은 새가 많지도 않고 없지도 않은 중간 지점에 그물을 치는 데 있다. 너무 많은 곳에 그물을 치면 새 떼가 놀라 달아나서 일을 그르친다. 전혀 없는 곳에 그물을 펼쳐도 헛수고만 하고 만다. 대인은 이미 아쉬운 것이 없는데 그에게 재물을 쏟아 부으면 대인은 씩 웃으며 "저 자가 나를 우습게 보는구나" 할 것이다. 그렇다고 소인에게 투자해서도 안 된다. 애초에 건질 것이 없어서다. 지금은 궁한 처지에 있지만 손을 내밀면 대인으로 성장할 만한 사람에게 투자하면 그는 크게 감격해서 자신의 능력을 십이분 발휘할 것이다. 이 중간 지점의 공략이 중요하다. 대인은 움츠리고 소인은 분발해서 그물에 걸려드는 새가 늘게 된다.

큰일을 하려면 손발이 되어 줄 인재가 필요하다. 거물은 좀체 움직이려 들지 않고 거들먹거리기만 한다 . 상전 노릇만 하다가 조금만 소홀해도 비웃으며 떠나간다. 소인배는 쉬 감격해서 깜냥도 모르고 설치다 일을 그르친다. 역량은 있으되 그것을 펼 기회를 만나지 못한 이에게 동기를 부여해줄 때 뜻밖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새 그물은 중간에 쳐라. 하지만 그 중간이 대체 어디란 말인가? 그가 그 사람인 줄을 알아보는 안목이 없다면 이 또한 하나마나 한 소리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4/26/201604260372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