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 세설신어

[정민의 世說新語] [427] 총욕불경(寵辱不驚)

bindol 2020. 8. 4. 05:39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자기애(自己愛)가 강한 사람은 남에게 조금 굽히지 않으려다 큰일을 그르치고 만다. 심화(心火)를 못 다스려 스스로를 태우기에 이른다. 조익(趙翼·1579~1655)이 '심법요어(心法要語)'에서 말했다. "심법의 요체는 많은 말이 필요 없다. 단지 붙든다는 '조(操)' 한 글자에 달려 있을 뿐이다. 대개 마음이란 붙잡지 않으면 달아난다. 달아나지 않으면 붙잡게 되니, 단지 붙잡느냐 놓아두느냐에 달렸을 따름이다(心法之要, 不在多言, 只在操之一字而已. 蓋心不操則舍, 不舍則爲操, 只有操與舍而已)."

'금단정리서(金丹正理書)'는 또 이렇게 말한다. "총애와 치욕에 안 놀라니, 간목(肝木)이 절로 편안하다. 동정(動靜)을 경(敬)으로써 하자, 심화(心火)가 절로 안정된다. 먹고 마시기를 절도 있게 하니, 비토(脾土)가 새나가지 않는다. 호흡을 조절하고 말을 적게 하자, 폐금(肺金)이 절로 온전해진다. 고요히 욕망을 없애니 신수(腎水)가 절로 넉넉하다. 생각이 일어남은 두렵지가 않지만, 깨달음이 늦어질까 염려할 뿐이다. 생각이 일어남은 병통이지만, 이어지지 않게 하면 그것이 약이다(寵辱不驚, 肝木自寧. 動靜以敬, 心火自定. 飮食有節, 脾土不泄. 調息寡言, 肺金自全. 恬靜無慾, 腎水自足. 不怕念起, 惟恐覺遲. 念起是病, 不續是藥)."

오장(五臟)을 오행(五行)에 견주었다. 총욕불경(寵辱不驚)은 상황에 따라 일희일비하지 않는 태도다. 득의에 기뻐하지 않고 실의에 근심치 않으니 간에 무리가 안 간다. 경(敬)의 태도를 잃으면 심화가 들끓고, 음식을 절제하지 않아 비장이 상한다. 호흡이 가쁘고 말이 많으면 폐에 문제가 생긴다. 마음을 고요히 내려놓으니 신수(腎水)가 넉넉하다. 잡념이 많아지면 깨달음이 그만큼 늦어진다. 잠시 생각을 끊고 마음을 내려놓는다.

'채근담'에서는 "총욕에 놀라지 않고 뜰 앞 에서 피고 지는 꽃들을 한가롭게 본다. 가고 머묾에 뜻이 없어 하늘 밖의 구름이 말렸다 펴졌다 하는 것에 눈길이 따라간다(寵辱不驚, 閑看庭前花開花落. 去留無意, 漫隨天外雲卷雲舒)"고 했다. 사람들은 잠시 총애를 받으면 금세 으스대고, 잠깐 욕을 보게 되면 분을 못 참고 파르르 떤다. 경솔함으로 쌓아온 공을 허무느니, 입 다문 만근의 무게를 지님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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