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7년 연암 박지원이 면천군수로 내려갔다. 세 해 뒤 임기를 마치고 올라와 재임 시의 메모를 정리해 '면양잡록(沔陽雜錄)'으로 묶었다. 당진문화원에서 김문식 교수에게 의뢰해 번역한 이 책이 이번에 간행되어 나왔다.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칠사고(七事考)'다. '목민심서'의 원조 격 저술로, 고을 수령이 힘써야 할 7가지 일에 대한 지침을 정리했다.
7사는 '경국대전' '이전(吏典)'조에 실려 있다. 농상성(農桑盛), 호구증(戶口增), 학교흥(學校興), 군정수(軍政修), 부역균(賦役均), 송사간(訟事簡), 간활식(奸猾息)의 일곱 가지다. 농상을 진흥하고, 호구를 증가시키며, 학교를 일으키고, 군정을 정비한다. 부역을 공평하게 집행하고, 송사를 간소하게 하며, 간악한 자를 종식하는 일이 그것이다. 연암은 이를 다시 29개 항목으로 나눠 항목마다 여러 사례를 배치했다.
짧은 몇 항목만 간추려 읽는다. "오직 분노가 가장 통제하기 어렵다. 일에 임해 성을 내면 마음이 흔들리고 식견이 어두워져, 일 처리가 마땅함을 잃고 만다. 관직에 있는 자는 갑작스러운 분노를 가장 경계해야 한다.(惟怒最難制. 臨事而怒, 則心動而識昏, 處事乖當. 居官者, 宜先以暴怒爲戒.)" "관직에 있는 자가 만약 고요함과 담박함에 마음을 두지 않으면 반드시 마땅히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게 된다.(居官者, 若不以恬靜苦淡爲心, 則必有所不當爲之事.)" "처음 정사할 때 세금을 면제해주면 비록 갑작스러운 칭찬이야 얻겠지만 실제로 이는 계속 이어가기 어려운 방법이다.(初政蠲免, 雖得驟譽, 實是難繼之道.)" "백성을 다스림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단지 도리에 어긋나게 백성의 칭찬을 구하지 말고, 백성을 어기면서 제 욕심을 따르지 않으면 된다.(臨民, 無 他術. 只是罔違道以干百姓之譽, 罔咈百姓以從己之欲.)"
선심으로 민심을 얻는 것은 그 효과가 오래 못 간다. 도리에 어긋나도 칭찬만 받으면 된다는 생각은 대단히 위험하다. 백성의 뜻을 어기면서 제 욕심을 채우려 들면 바로 망한다. 분노를 경계하고 고요함과 담박함을 깃들여라. 인기는 잠깐이다.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연암판 '목민심서'의 출간을 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