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론종(三論宗)은 고대 대승불교의 한 종파다. 수나라 때 길장(吉藏)이 '삼론현의(三論玄義)'에서 이렇게 썼다. "다만 논(論)에 비록 세 가지가 있지만, 의(義)는 오직 두 가지 길뿐이다. 첫째는 현정(顯正)이요, 둘째는 파사(破邪)이다. 삿됨을 깨뜨리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을 건져내고, 바름을 드러내면 위로 큰 법이 넓혀진다(但論雖有三, 義唯二轍. 一曰顯正, 二曰破邪. 破邪則下拯沈淪, 顯正則上弘大法)."
파사현정(破邪顯正)은 삿됨을 깨뜨려 바름을 드러낸다는 말이다. 삿됨을 깨부수자 가라앉아 있던 진실이 수면 위로 올라온다. 바름을 드러내니 정대하여 가림이 없다. 유가에서는 척사위정(斥邪衛正)이란 비슷한 표현이 있다. 삿됨을 배척해 바른 가치를 지켜낸다는 의미다. 삿된 것과 바른 것이 뒤섞여 구분이 안 되는 탓에 세상이 늘 어지럽다. 악이 선의 얼굴을 하고 세상을 횡행한다. 정의가 불의 앞에 힘을 잃고 뒷전으로 내려앉는다. 옳고 그름이 이익과 손해의 잣대에 밀려 구분이 흐려진다. 기준을 명확히 세우면 삿된 기운은 절로 물러간다.
여기서 살펴야 할 점이 있다. 신흠(申欽·1566~1628)이 '검신편(檢身篇)'에서 말했다. "자기의 허물은 살피고, 남의 허물은 보지 않는 것은 군자다. 남의 허물은 보면서 자기의 허물은 살피지 않는 것은 소인이다. 자신을 점검함을 진실로 성실하게 한다면 자기의 허물이 날마다 제 앞에 보일 터이니, 어느 겨를에 남의 허물을 살피겠는가? 남의 허물만 살피는 것은 자신을 검속함이 성실치 못한 것이다. 자기의 잘못은 용서하고 남의 허물은 살피며, 자기의 허물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남의 허물은 들춰내니, 이야말로 허물 중에 큰 허물이다. 자기의 허물을 능히 고치는 사람은 허물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할 만하다(見己之過, 不見人之過, 君子也. 見人之過, 不見 己之過, 小人也. 檢身苟誠矣, 己之過日見於前, 烏暇察人之過. 察人之過, 檢身不誠者也. 己過則恕, 人過則知. 己過則嘿, 人過則揚. 是過也大矣. 能改己過者, 方可謂無過人)."
날마다 밝혀지는 지난 시절의 삿된 행태에 기가 차다 못해 민망하다. 잘못은 확실히 드러내 바로잡아야 한다. 다만 진실의 힘으로 삿됨을 깨뜨릴 뿐, 지난 허물 들추기에만 바쁘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