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 세설신어

[정민의 世說新語] [440] 작각서아 (雀角鼠牙)

bindol 2020. 8. 4. 05:56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시경' '소남(召南)'편의 '행로(行露)'는 송사(訟事)에 걸려든 여인이 하소연하는 내용이다. 문맥이 똑 떨어지지 않아 역대로 해석이 분분하다. 1절은 이렇다. "축축한 이슬 길을 새벽과 밤엔 왜 안 가나? 길에 이슬 많아서죠(厭浥行露, 豈不夙夜? 謂行多露)." 묻고 답했다. 이른 새벽이나 야밤에 다니지 않음은 이슬로 옷을 적시게 될까 걱정해서다. 여자가 밤길을 다니다 강포한 자에게 더럽힘을 당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내용으로 읽는다.

이어지는 2절. "참새 뿔이 없다고 누가 말했나? 무엇으로 내 집 지붕 뚫었겠는가? 네가 아내 없다고 누가 말했나? 무엇으로 나를 옥에 불러들였나? 나를 옥에 불러와도, 실가(室家) 되긴 부족하리(誰謂雀無角? 何以穿我屋? 誰謂女無家? 何以速我獄? 雖速我獄, 室家不足)." 다시 3절. "쥐 어금니 없다고 누가 말했나? 무엇으로 내 집 담을 뚫었겠는가? 네가 아내 없다고 누가 말했나? 어이해 소송에 날 불러들였나? 날 소송에 끌고 와도, 너를 좇진 않으리(誰謂鼠無牙? 何以穿我墉? 誰謂女無家? 何以速我訟? 雖速我訟, 亦不女從)!"

작각서아(雀角鼠牙)는 참새 뿔과 쥐 어금니다. 참새는 뿔이 없고, 쥐는 앞니뿐이다. 뿔 없는 참새가 지붕을 뚫고, 어금니 없는 쥐가 담을 갉아 구멍을 낸다. 이렇듯 터무니없는 짓을 해도 절대 강포한 너를 따라 내 절개를 굽히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성호(星湖) 이익(李瀷)이 '시경질서(詩經疾書)'에서 설명한다. "참새나 쥐가 매한가지이지만 참새가 지붕을 뚫는 것은 낮이라 쫓을 수가 있다. 쥐가 담장을 뚫는 것은 밤이라 막을 방법이 없어 걱정이 더 깊다. 이 두 미물은 잘 피해서 멀리 가지도 않으니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중략) 쫓아 내도 안 되고 막지도 못하며, 없애려 들수록 더 번성하고, 멀리하려 할수록 더 가까이 붙는 것은 다만 이 두 미물만 그렇다. 나라의 난신(亂臣)이나 집안의 도적과 비슷하니, 마침내 다 거덜 나서 없어진 뒤라야 그칠 것이다." 참새가 뿔이 없고, 쥐에 어금니가 없다고 별일 없겠지 하고 그저 두면 지붕을 뚫고 담장에 구멍을 낸다. 그때 가서는 단속해도 늦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01/201711010306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