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 세설신어

[정민의 世說新語] [445] 이난삼구(二難三懼)

bindol 2020. 8. 4. 06:04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당 태종의 '집계정삼변(執契靜三邊)' 시에 "해 뜨기 전 옷 입어 이난(二難) 속에 잠들고, 한밤중에 밥 먹고 삼구(三懼)로 새참 삼네(衣宵寢二難, 食旰餐三懼)"라 한 구절이 있다. 의소(衣宵)는 해 뜨기 전 일어나 옷을 입는다는 말이고, 식간(食旰)은 해 진 뒤에 비로소 저녁 식사를 한다는 뜻이다. 의소식간(衣宵食旰)은 임금이 정사를 돌보느라 불철주야 애쓰는 것을 칭송하는 의미로 쓴다.

시에서 당 태종이 밤낮 바쁜 중에도 잊지 않겠다고 새긴 이난(二難)과 삼구(三懼)의 내용은 뭘까? 이난은 '좌전(左傳)' 양공(襄公) 10년 조에 나온다. 자공(子孔)이 정(鄭)나라의 반란을 평정한 뒤 관원들에게 일제히 충성 맹세를 받으려 했다. 자산(子産)이 만류하며 말했다. "뭇사람의 분노는 범하기가 어렵고, 전권(專權)을 휘두르려는 욕심은 이루기가 어렵다. 이 두 가지 어려움을 한데 합쳐서 나라를 안정시키려는 것은 위험한 방법이다(衆怒難犯, 專欲難成, 合二難以安國, 危之道也)." 자공이 자산의 충고에 따라 맹서(盟書)를 불사르자 그제야 정나라가 안정되었다. 이난은 뭇사람의 분노와 전권의 욕망이다. 품고 가는 포용이 없으면 무리의 분노를 부른다. 혼자 하겠다는 욕심을 거두어야 화합이 생긴다. 그게 참 어렵다.

 

당 태종. /조선일보 DB

 

삼구(三懼)는 밝은 임금이 나라를 다스림에 응당 경계하고 두려워해야 할 세 가지 일을 말한다. '한시외전(韓詩外傳)'에 공자(孔子)의 말로 인용되어 있다. "밝은 임금은 세 가지를 두려워한다. 첫째는 높은 지위에 있으면서 그 허물을 못 들을까 염려하고, 둘째는 뜻을 얻고 나서 교만해질까 걱정하며, 셋째는 천하의 지극한 도리를 듣고도 능히 행하지 못할까 근심한다(明主有三懼. 一曰處尊位而恐不聞其過, 二曰 得志而恐驕, 三曰聞天下之至道, 而恐不能行)." 지위가 높아지면 아래에서 듣기 좋은 소리만 하고 잘못은 눈감는다. 겸손하게 시작해도 자리가 그를 교만하게 만든다. 나중에는 옳은 말을 들어도 하고 싶지 않게 된다. 이렇게 되면 위기가 시작된다. 두 가지 어려움과 세 가지 두려움, 당 태종은 이 마음을 간직해 후대에 정관지치(貞觀之治)로 일컫는 치세를 이끌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06/201712060333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