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 세설신어

[정민의 世說新語] [449] 자모인모 (自侮人侮)

bindol 2020. 8. 4. 06:16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정온(鄭蘊·1569~1641)이 50세 나던 해 정초에 '원조자경잠(元朝自警箴)'을 지었다. 서두는 이렇다.

"어리석은 내 인생, 기(氣) 얽매고 외물(外物) 빠져. 몸을 닦지 못하니, 하루도 못 마칠 듯. 근본 이미 잃고 보매, 어데 간들 안 막히랴. 부모 섬김 건성 하고, 임금 섬김 의리 없어. 나도 남도 업신여겨, 소와 말로 대접하네(余生之惷, 氣拘物汨. 儳焉厥躬, 如不終日. 本旣失矣, 何往不窒. 事親不誠, 事君無義. 自侮人侮, 牛已馬已)."

공자는 나이 50을 지천명(知天命)이라 했고, 거백옥蘧伯玉)은 50세가 되자 지난 49년의 인생이 잘못된 줄을 알았다고 했다. 쉰 살은 하늘이 나를 왜 세상에 냈는지를 알고, 지난 잘못을 깨닫는다는 나이다. 새해 쉰 살이 되어 나를 돌아보니 한심하고 무참하다. 먹고사는 일에 골몰해 수양은커녕 내가 누군지조차 잊었다. 부모에게 효도 한번 한 적 없고, 임금을 의리로 섬기지도 못했다. 내가 나를 업신여겨 함부로 대하니, 남도 나를 덩달아 업신여긴다[自侮人侮].

그의 자성(自省)이 이어진다. "반성은 어이 할까? 공경으로 할 뿐이라. 의관은 단정하게, 거처함은 공손하게. 행실은 독실하게, 말은 꼭 미더웁게. 욕심 막음 성(城)과 같고, 분노 없앰 비로 쓸 듯(顧諟伊何, 曰敬而已. 衣冠必整, 居處必恭. 行必篤實, 言必信忠. 防慾如城, 除忿如篲)." 반성은 옷 매무새와 몸가짐을 바로 하고, 행실과 언어를 점검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과도한 욕심을 성 쌓듯 둘러막고, 마음속 분노는 비로 쓸듯 쓸어낸다.

 


그다음은? "동정(動靜)을 서로 길러, 안팎 함께 지킨다면, 영대(靈臺)가 맑아지고, 마음 또한 빛나리라. 참으로 이러해야, 사람이라 할 것이라. 이로써 환난에도, 평상심 잃지 않고, 이로써 안락에도, 교만 방자 말아야지. 바로 서기 늦었지만, 허물 고침 귀하다네. 성현 또한 사람이라, 이리하면 성인 되리. 봄은 한 해 처음이요, 정초에서 시작되네. 경계의 말 여기 써서, 죽도록 지키리라(動靜交養, 內外夾持. 靈臺澄澈, 方寸光輝. 允若乎是, 是曰人而. 以之患難, 不失素履. 以之安樂, 不至驕恣. 立脚雖晩, 改過爲貴. 聖賢亦人, 爲之則是. 春惟歲首, 日乃元始. 書玆警詞, 服之至死)." 새해를 맞는 내 다짐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03/201801030309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