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 세설신어

[정민의 世說新語] [452] 불무구전(不務求全)

bindol 2020. 8. 4. 06:21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일은 온전하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없고, 사물은 양쪽 모두 흥하는 법이 없다. 그래서 하늘과 땅 사이의 일은 반드시 결함이 있게 마련이다. 현명한 사람은 결함이 있을 수 있는 일에서 온전함을 구하기에 힘쓰지 않고, 결함이 있을 수 없는 일에서 덜어냄이 생길까 염려한다(事無全遂, 物不兩興. 故天地之間, 必有缺陷. 夫明者, 不務求全其所可缺者, 恐致損其所不可缺者)." 명나라 서정직(徐禎稷)이 '치언(恥言)'에서 한 말이다.

세상일은 전수양흥(全遂兩興), 즉 모두 이루고 다 흥하는 법이 없다. 살짝 아쉽고, 조금 부족해야 맞는다. 불무구전(不務求全), 온전함을 추구하려 애쓸 것 없다. 다 쥐려다가 있던 것마저 잃고 만다. 그가 다시 말한다.

"처리하기 어려운 일을 처리해야 식견이 자랄 수 있고, 다루기 어려운 사람을 다뤄봐야 성품을 단련할 수가 있다. 배움이 그 가운데 있다(處難處之事, 可以長識. 調難調之人, 可以煉性. 學在其中矣)."

난처한 일을 겪어봐야 식견이 깊어지고, 예측하기 어려운 사람을 겪는 동안 마음공부가 단단해진다. 인생이 어찌 순풍에 돛 달고만 갈 수 있겠는가?

 

한번은 그가 초가을에 농부와 들판에 나갔다. 벼 이삭이 유난히 많이 달린 것을 보고 풍년이 들겠다고 하자, 농부가 말했다. "그렇지 않아요. 촘촘하게 심어 거름을 많이 주면 금세 자라지만 거둘 때 보면 쭉정이가 많고 알곡이 적지요." 또 논이 말라 갈라진 것을 보고 걱정하니, 농부는 "괜찮아요. 가을이 되면 바람이 매워집니다. 벼가 물을 너무 많이 먹으면 이들이들해서 보기에는 좋아도 물러집니다. 수분을 적당히 뺏어줘야 야물어지지요."

농부의 대답을 들은 서정직이 한마디를 더 보탠다. "사물의 이치에는 곱셈과 나눗셈이 있고, 사람의 도리에는 덧셈과 뺄셈이 있다. 그래서 큰일을 이루려는 사람은 정화(精華)가 너무 일찍 새어 나가는 것을 경계한다. 멀리 보는 안목을 지닌 사람은 편히 쉬는 시간이 너무 지나쳐서는 안 된다(物之道其有乘除乎, 人之道其有補損乎! 故圖大成者, 精華戒其早泄, 存遠慮者, 休養無宜太過)." 거름을 너무 많이 주면 쭉정이가 많아진다. 수분이 조금 부족한 듯해야 밑동이 튼튼해져서 알곡이 야물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24/201801240320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