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전이 밤중에 수령을 찾아와 소곤댄다. "이 일은 아무도 모르는 비밀입니다. 소문이 나면 자기만 손해인데 누가 퍼뜨리려 하겠습니까?" 수령은 그 말을 믿고 뇌물을 받아 챙긴다. 아전은 문을 나서자마자 수령이 뇌물 먹은 사실을 떠들고 다닌다. 경쟁자를 막기 위해서다. 소문은 금세 쫙 퍼져, 깊이 들어앉은 수령만 모르고 다 안다. '목민심서'의 '율기(律己)'에 나오는 얘기다. 글의 제목은 '뇌물을 줄 때 비밀로 하지만, 한밤중에 준 것이 아침이면 이미 드러난다(貨賂之行, 誰不秘密, 中夜所行, 朝已昌矣)'이다.
한나라 때 양진(楊震)이 형주자사가 되었다. 창읍(昌邑) 태수 왕밀(王密)이 밤중에 황금 10근을 품고 와서 주며 말했다. "어두운 밤이라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양진이 대답했다. "하늘이 알고, 귀신이 알고, 내가 알고, 그대가 아는데 어찌 아는 사람이 없다 하는가(天知神知我知子知, 何謂無知)?" '후한서'에 나온다.
"어두운 밤이라 아는 이가 없다(暮夜無知)는 말은 온갖 악행의 뿌리다. 큰 간사함과 큰 도적이 모두 아는 사람이 없다는 마음에서부터 커져 나간 것이다. 천하의 큰 악행에는 단지 두 종류가 있다. 속여서 아는 이가 없게 하는 것과 아는 이가 있어도 거리끼지 않는 것이 그것이다.
속여서 아는 이가 없게 함은 그래도 꺼리는 마음이 있는 것이니, 이것은 진실과 거짓의 관문이다. 남이 아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음은 거리끼는 마음조차 없는 것이어서, 이는 삶과 죽음의 관문이다. 오히려 두려움이 있음을 아는 것은 양심이 아직 죽지 않은 것이다(暮夜無知此四字, 百惡之總根也. 大奸大盜皆自無知之念充之. 天下大惡只有二種. 欺無知, 不畏有知. 欺無知, 還是有所忌憚心, 此是誠僞關. 不畏有知, 是 無所忌憚心, 此是死生關. 猶知有畏, 良心尙未死也)." 명나라 여 곤(呂坤)의 '신음어(呻吟語)'에 나온다.
아무도 본 사람이 없는데 누가 알겠어? 이 생각이 간악한 큰 도둑을 만든다. 여기에도 남이 알까봐 속임수를 쓰는 기무지(欺無知)와, 남이 알아도 겁날 것 없다는 불외유지(不畏有知)의 두 등급이 있다. 전자는 그래도 양심이 조금은 남았지만, 후자로 넘어가면 눈에 뵈는 게 없어 물불을 가리지 않다가 패망으로 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