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 세설신어

[정민의 世說新語] [465] 함구납오 (含垢納汚) |

bindol 2020. 8. 5. 04:55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운양(雲養) 김윤식(金允植)이 '막내아들 유방의 병풍에 써주다(書贈季子裕邦屛幅)'란 글에서 이렇게 썼다.

"'서경'에서는 '반드시 참아내야만 건너갈 수 있다'고 했다. 근면함이 아니고는 큰 덕을 이룰 수가 없다. 인내가 아니고는 큰 사업을 맺을 수가 없다. 근면이란 것은 스스로 힘써 쉬지 않아 날마다 새롭고 또 새로워지는 것이니 하늘의 도리이다. 인내란 것은 나쁜 것을 포용하고 더러운 것을 받아들여서 무거운 짐을 지고서 먼 곳까지 도달함이니 땅의 도리이다. 대저 한때의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편안함을 취해 주저물러 앉는 자는 끝내 궁한 살림의 탄식을 면치 못한다. 하루아침의 분노를 참지 못해 경거망동하는 자는 마침내 반드시 목숨을 잃는 근심이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총명하고 재능이 뛰어남이 근면함만 못하고, 지혜와 꾀가 많은 것이 인내만 못하다. 힘쓰지 않을 수 있겠는가?(書云: '必有忍, 其乃有濟', 非勤無以成大德也, 非忍無以凝大業也. 勤勉者自强不息, 日新又新, 天道也. 忍耐者藏疾納汚, 負重致遠, 地道也. 夫不耐一時之苦, 而偸安姑息者, 其終不免窮廬之歎, 不忍一朝之忿, 而輕擧妄動者, 其終必有滅頂之患. 故聰明特達, 不如勤勉, 足智多謀, 不如忍耐, 可不勉哉, 可不戒哉!)"

막내에게 근면과 인내의 덕성을 기르라고 주문했다. 근면한 노력이 꼭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인내다. 한때의 괴로움과 잠깐의 분노를 못 참아 큰일을 그르치면 그간의 노력이 보람 없다. 이 아비는 네가 똑똑하고 꾀 많은 사람이기보다 근면하면서 참아 견딜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글 중에 '나쁜 것을 감추고 더러운 것을 받아들인다'는 말은 '좌전' 선공(宣公) 15년 기사에 진(晉)나라 백종(伯宗)이 "시내와 연못은 더러운 것을 받아들이고, 산과 숲은 나쁜 것을 감춰두며, 옥은 흠을 감추고 있으니, 임금이 더러움을 포용하는 것은 하늘의 도입니다(川澤納汚, 山藪藏疾, 瑾瑜匿瑕, 國君含垢, 天之道也)"라 한 데서 나왔다. 흔히 함구납오(含垢納汚)라 한다. 때 묻은 것을 포용하고 더러운 것을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시내는 더러운 것을 받아들인다. 옥에도 흠은 있다. 유용한 인재도 다소의 흠결은 있게 마련이다. 포용하는 것이 맞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02/201805020315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