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행휘찬(言行彙纂)"의 한 대목. "한가할 때 허투루 지나치지 않아야, 바쁜 곳에서 쓰임을 받음이 있다. 고요할 때 허망함에 떨어지지 않아야, 움직일 때 쓰임을 받음이 있다. 어두운 가운데 속여 숨기지 않아야, 밝은 데서 쓰임을 받음이 있다. 젊었을 때 나태하고 게으르지 않아야, 늙어서 쓰임을 받음이 있다(閒中不放過, 忙處有受用. 靜中不落空, 動處有受用. 暗中不欺隱, 明處有受用. 少時不怠惰, 老來有受用)."
일 없다고 빈둥거리면 정작 바빠야 할 때 할 일이 없다. 고요할 때 허튼 생각 뜬 궁리나 하니 움직여야 할 때 찾는 이가 없다. 남이 안 본다고 슬쩍 속이면, 대명천지 밝은 데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젊은 시절 부지런히 노력하고 애써야지 늙었을 때 나를 찾는 곳이 있다. 사람은 한가하고 고요할 때 더 열심히 살고, 남이 안 볼 때 더 노력하며, 젊을 때 더 갈고닦아야 한다. 일 없을 때 일 안 하면 일 있을 때 일을 할 수가 없다. 사람의 쓸모는 평소의 온축에서 나온다.
평소의 몸가짐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이는 단단하기 때문에 부러진다. 지극한 사람이 부드러움을 귀하게 여기는 까닭이다. 칼날은 예리해서 부러진다. 그래서 지극한 사람은 두터움을 중하게 여긴다. 신룡(神龍)은 보기 어렵기 때문에 상서롭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지극한 사람은 감추는 것을 귀하게 본다. 푸른 바다는 아득히 넓어 헤아리기가 어렵다. 그래서 지극한 사람은 깊은 것을 소중히 여긴다(齒以堅毁, 故至人貴柔. 刃以銳嶊, 故至人貴渾. 神龍以難見稱瑞, 故至人貴潛. 滄海以汪洋難量, 故至人貴深)."
이의 단단함보다 혀의 부드러움이 낫다. 예리한 칼날은 쉬 부러지니, 날카로운 것만 능사가 아니다. 용은 자신을 감추기에 그 존재가 귀하다. 푸른 바다는 가늠할 수 없는 깊이가 있다. 사람도 그렇다. 부드럽고 두터우며 안으로 간직해 깊이 있는 사람이 무서운 사람이다. 단단하고 예리하고 잘 보이고 가늠하기 쉬운 것들은 하나도 무서울 게 없다. 제풀에 꺾이고 뻗대다가 자멸한다. 드러내는 대신 감추고, 얄팍해지지 말고 더 깊어질 필요가 있다. 사람 좋다는 소리를 듣기보다, 내실을 지녀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무게를 지니는 것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