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고대 중국에서 양(羊)은 신성한 동물이었다. 재판할 때 원고와 피고가 양 앞에서 증언을 하기도 했다. 신(神)에게는 진실만을 고(告)해야 한다는 의식에서다. ‘善(선)’은 이를 형상화한 글자다. 글자 ‘羊(양)’의 아랫부분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言(언)’을 더해 만들어졌다. ‘양 앞에서 서로 말을 한다’는 뜻이다. 신 앞에서 인간은 깨끗하고 순결해야 하는 법이다. 여기에서 ‘善’은 좋은 것, 착한 것, 길(吉)한 것이라는 뜻으로 발전했다.
선의 반대말 ‘악(惡)’은 황실의 무덤과 관계 있는 글자다. ‘亞(아)’는 무덤의 관을 넣는 ‘현실(玄室)’ 모양이다. 현실은 사각형으로 짜여졌고, 그 양옆에 물품을 놓아두는 작은 공간이 있었다. ‘亞’에 ‘心(마음)’이 붙어 ‘惡’이 된 것이다. 황제가 무덤으로 들어가는 것은 곧 죽음을 뜻한다. 여기에서 ‘惡’은 흉(凶)한 것, 나쁜 것, 혐오스러운 것 등으로 확대됐다.
인간의 본성은 착한 것인가, 아니면 악한 것인가. 맹자(孟子)와 순자(荀子)는 이 주제를 놓고 논쟁을 벌였다. 맹자는 ‘우물에 빠진 아이를 보면 뛰어들어 구해주는 게 인간의 본성’이라는 논리로 성선설을 주장했다. 반면 순자는 ‘사람의 본성은 본디 악한 것이며(人之性惡), 열심히 배우고 착하게 행동해 악을 극복해야 한다(其善者僞也)’고 했다. 그는 또 “사람의 내부에는 배워 능력을 쌓고, 일을 도모해 성취하는 것이 있다(可學而能, 可事而成之在人也)”고 했다. 순자가 예(禮)를 중시하고, 교육과 수양을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맹자와 순자가 궁극적으로 도달하려고 했던 경지는 ‘선(善)’이다. 사람은 원래 착한 존재이므로 그 본성을 잃지 말라는 게 맹자의 주장인 반면, 순자는 사람이 본디 악한 존재이므로 수양을 통해 악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법론이 달랐지만 최종 목표점은 같았던 것이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선의(善意) 논쟁’이 법정으로 넘어가게 됐다. 그가 교육감 선거 뒤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줬다는 2억원이 과연 착한 마음에서 비롯됐느냐 여부가 핵심이다. ‘대가성’이라는 검찰과 ‘선의였다’고 주장하는 곽 교육감은 치열한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다. 아무래도 법정에 양(羊) 한 마리를 데려다 놔야 할 듯싶다.
한우덕 (woodyhan@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漢字, 세상을 말하다] 善惡 선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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