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週 漢字

[漢字, 세상을 말하다] 好好先生 예스맨

bindol 2020. 8. 15. 04:32

소설 삼국연의(三國演義)의 무대가 된 동한(東漢) 말엽. 황건적의 난으로 도탄에 빠진 세상을 구하고자 군사를 일으킨 유비(劉備)가 수경선생(水鏡先生) 사마휘(司馬徽)를 만났다. 수경선생은 “복룡(伏龍)과 봉추(鳳雛) 중 하나만 얻어도 천하를 안정시킬 수 있다”며 유비에게 엎드린 용(臥龍) 제갈량(諸葛亮)과 봉황의 새끼(鳳雛) 방통(龐統)을 추천했다.



어느 날 길을 가던 사마휘가 지인과 마주쳤다. 지인이 사마휘에게 “건강하십니까?”라고 묻자 “좋다(好)”고 말했다. 하루는 옛 친구가 아들의 죽음을 알려 왔다. 그는 또 “좋다”고 말했다. 아내가 너무 심하다며 책망했다. “사람들은 당신이 덕이 있는 사람이라고 믿어 무슨 말이라도 다 합니다. 자식을 잃어서 애절한 사람에게 ‘좋다’는 대체 무슨 말입니까?” 아내의 질책에도 사마휘는 천천히 대답했다. “좋다. 당신의 지금 말도 아주 좋다.” 아내는 어처구니없었지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사마휘가 ‘예스맨’이란 뜻의 ‘호호선생(好好先生)’으로도 불린 이유다.


 


각종 사건사고, 빈부격차, 물가상승, 부정부패가 위험수위에 도달한 중국에서 최근 ‘호호선생’식 관리들이 지탄받고 있다. 지난달 초 ‘남방주말’에 “정부 관리들 가운데 ‘호호선생’만 있다면 인민에게 미안한 일이다”란 제목으로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의 1998년 연설 전문이 실렸다. 며칠 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1개 면에 걸쳐 갓 출판된 주룽지연설실록(朱鎔基講話實錄)을 요약 게재했다. ‘집안이 가난해지면 어진 아내가 생각나고(家貧思賢妻), 나라가 어지러우면 훌륭한 장수가 생각난다(國亂思良將)’는 말이 있다. 호호선생과 대조되는 철혈재상(鐵血宰相) 주룽지의 리더십을 빌려 난국을 돌파하려는 노림수가 읽힌다. 주룽지는 총리 재임 시절 “100개의 관을 준비해라. 99개는 그들의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내 것”이라며 부패 세력에 철완(鐵腕)을 휘둘렀다. 일부 외신은 최근 중국의 ‘주룽지 신드롬’을 “차기 지도자 시진핑(習近平)이 마오쩌둥과 주룽지의 맥을 잇는 강성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는 신호”라고 해석한다. 한국도 선거 시즌이 시작됐다. 한국의 표심은 과연 ‘예스맨’과 ‘철완’ 중 어떤 리더십을 원하는지 궁금하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xiaokang@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漢字, 세상을 말하다] 好好先生 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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