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편집한 것으로 전해지는 ‘시경(詩經)’이란 책에는 세상사의 본질이 담겨 있다. 음풍농월하는 그런 시(詩)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중에 소아(小雅)편에 실린 각궁(角弓)이란 시의 후반부다. “선량하지 못한 사람은 서로 상대방을 원망하고/벼슬을 받고서 사양하지 않으니 이미 이렇게 멸망에 이를 것이로다.” 내로남불, 후안무치, 최근 이 나라 전·현직 법무부 장관이 ‘바통 터치’를 해가며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다. “늙은 말이 도리어 젊은 말이라고 하며 그 뒤를 돌아보지 않는구나/밥을 먹으면 마땅히 배가 부르고 술을 많이 마시면 크게 취하는 것과 같도다.” 남을 해코지해서라도 벼슬만 차지하려 하고 그 임무는 감당할 수도 없으니 그것이 바로 파리한 늙은 말이다. 그런데도 자중할 줄 모르고 젊은 말을 자처하며 설쳐 대니 그 끝이 좋을 수 없다. 밥과 술 운운한 것은 바로 평범한 세상사의 이치다. “원숭이에게 나무 타기를 가르치지 말라/진흙에 진흙을 덧붙이는 것과 같도다.” 원숭이에게 나무 타기를 가르친다는 것은 곧 임금이 중상모략과 아첨을 좋아해 그런 간사한 자를 불러들인다는 뜻이다. 그것은 간사함에 다시 간사함을 더하는 것으로 그래서 “진흙에 진흙을 덧붙이는 것”이라고 했다.
그다음에는 전·현직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상처받은 국민을 위로해줄 만한 시구(詩句)가 이어진다. “함박눈이 펄펄 내리나 햇빛 받으면 녹아 없어지리라/그럼에도 자신을 기꺼이 낮추지 못하고 폼만 잡으며 자주 교만함을 부리는구나.” 여기서 함박눈은 설쳐 대는 간사한 소인들을 가리킨다. 한때 권세를 얻어 마치 자기 세상인 양 휘젓고 다니지만 결국 눈 밝은 이가 나타나게 되면 순식간에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세상의 도도한 흐름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교만과 위세를 부리는 간신에 대한 측은지심으로 시는 끝난다. 요즘 아들 문제로 정신이 없겠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반드시 이 시를 읽어볼 것을 권한다. 조국 전 장관도 판사의 경고나 받으며 SNS 할 시간 있으면 이런 뜻깊은 시를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음미하며 자신을 돌아봐야 할 것이다. |
'간신열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한우의 간신열전] [50] 한나라 원제와 당나라 덕종 (0) | 2020.09.23 |
---|---|
[이한우의 간신열전][49] 위귀위역(爲鬼爲蜮)이라더니 (0) | 2020.09.16 |
[이한우 간신열전][47] ‘시무 7조’에 어떤 답을 내놓을까 (0) | 2020.09.02 |
[이한우의 간신열전] [46] 조고(趙高)에게 무릎 꿇은 이사(李斯) (0) | 2020.08.26 |
[이한우의 간신열전] [45] 누가 개인가? (0) | 2020.08.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