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사와 멋진 거지
그 신사는
전망이 좋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에
목이 좋은 곳에 자리잡고 깡통을 앞에 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구성지게 애교를 떨며
구걸하는 거지를 봅니다.
그 신사는
그 거지 앞에 서서 주머니를 뒤지더니
월급봉투를 통째로 거지의 깡통 속에 집어 넣었습니다.
깜짝 놀란 거지는
벌떡 일어나 절을 하며 인사를 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선생님! 날마다 이렇게 적선을 해 주셔서″
그러자 그 신사가
껄껄 웃으며 말합니다.
‶고마워 할 것 없네 그려. 그건 빈 봉투니까″
거지 ‶제기랄,
거지라고 사람 놀리는 거요 뭐요?″
신사 ‶왜 자존심 상하나? 거지 주제에 자존심 상해?‶
거지 ‶뭐, 거지는 자존심도 없는 줄 아세요?‶
신사 ‶거지도 자존심이 있지.
나도 알아. 나도 거지였으니까.‶
거지 ‶진짜예요. 진짜 거지였어요?‶ 하면서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고 신사의 위 아래를 봅니다.
신사 ‶언제까지 거지 노릇할 텐가?
벌떡 일어나는 걸 보니 사지도 멀쩡한데.‶
호통을 치며 나무랍니다.
‶나는 어느 날부터 돈 대신 책을 구걸했지.
리어카를 끌고 마을을 다니며
헌책과 종이를 모아 제지소에 팔았지.
지금은 그 돈으로 제지공장을 세워 사장이 됐다네.‶
세월이 여러 해 흐른 후
그 신사가 파리의 한 서점에 들렀더니
서점 주인이 다가와 인사를 하였습니다.
서점주인 ‶혹시 저를 아시겠습니까?‶
신사 ‶모르겠는데요.‶
서점주인 ‶10 여년 전 선생님이
빈 월급봉투를 제 깡통에 넣으시고는
사지 멀쩡한 사람이
언제까지 거지 노릇을 할텐가? 하고 책망해 주셨지요.
바로 접니다.
제가 바로 10년 전 길거리의 걸인입니다.
선생님의 따끔한 충고를 받아들여
지금은 5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서점의 주인이 됐지요‶
***좋은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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