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동양 사회의 직업 관념은 사농공상(士農工商)이다. 학문이나 관료, 농업, 공업을 앞세운 뒤 영리(營利)가 큰 바탕인 상업을 마지막에 둔다. 그런 흐름에 따라 중국에서는 항상 상업을 말업(末業) 또는 말생(末生)으로 적었다. 농업에 치중하는 중농(重農) 사상이 골간을 이룬 사회경제 구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재화(財貨)의 유통에 빠질 수 없는 상업은 명맥을 줄곧 유지했다. 상고(商賈)는 그런 상인들의 대표적인 지칭이다. 비즈니스와 말업 / 일러스트=김하경
두 글자의 개념에는 차이가 있다. 움직이며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은 상(商)이다. 반대로 한곳에 자리를 잡고 물건을 팔면 고(賈)다. 따라서 좌고행상(坐賈行商)의 성어로 적으면 모든 비즈니스 종사자, 즉 상인을 가리킨다. 차별 속에서도 꾸준하게 업을 이뤄 돈을 쌓은 부자는 많았다. 부상(富商)이라거나 부고(富賈)라는 명칭으로 등장했던 사람들이다. 축적한 부로 호기롭게 돈을 쓰는 사람이라고 해서 호민(豪民)이라고도 불렀다. 홍정상인(紅頂商人)이라고 적는 그룹이 있다. 상업경제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등장한 중국 청(淸)나라 때의 상인들이다. ‘붉은 산호를 관모(官帽) 맨 위에 올린[紅頂] 상인’이라는 뜻이다. 달리 이르자면 관상(官商)이다. 재부를 바탕으로 높은 관직을 얻거나, 적어도 관변(官邊)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던 상인들이다. 왕조의 권력이 늘 완고한 관본(官本)의 위계 구조를 이뤄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상인 집단이다. 요즘 중국 사회도 예전과 다르지 않다. 최대 온라인 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총수였던 마윈(馬雲)의 핀테크 기업 앤트그룹 상장이 좌절했다. 시장을 강하게 통제하려는 중국 당국의 ‘불투명성’에 걸린 듯 보인다.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지만, 중국은 여전히 관본의 경직성이 비즈니스를 ‘말업’에 묶어두는 곳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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