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수 스포츠팀장
양궁 강국 한국은 자타가 인정하는 ‘신궁’(神弓)의 나라다. 서진(西晉)의 진수(233~297)가 쓴 『삼국지』 『위서』 동이전에 고구려의 ‘맥궁’(貊弓)이 나온다. 좋은 활이 나고 활을 잘 쏜다는 거다. ‘대륙도 인정한 신궁’의 근거로 이 대목을 많이 인용한다.
신궁이 한반도에만 있을 리 없다. 중국 신궁의 대표 인물은 북주(北周)와 수당 시대에 외교가로 활약한 장손성(552~609)이다. 그가 돌궐에 사신으로 갔을 때 왕 사발략과 사냥을 나갔다. 하늘에서 독수리 두 마리가 먹이를 두고 싸우고 있었다. 사발략은 화살 두 대를 주며 두 마리를 모두 맞혀보라 했다. 장손성은 한 대를 쏴 두 마리를 꿰뚫어 버렸다. 화살 하나로 새 두 마리, 일전쌍조(一箭雙鳥)다. 일석이조(一石二鳥)의 유래다.
영어에도 비슷한 말이 있다. 바로 ‘브레이스’(brace)다. 올드 잉글리시에서 브레이스는 쌍(pair)으로 죽은 새나 동물을 가리킨다. 축구 선수가 골을 넣으려고 하는 건 사냥꾼이 목표물을 찾아 나선 것과 같다. 실제로 영어로 ‘골 사냥을 한다’(hunt for goals)라는 표현을 쓴다. 브레이스라는 단어는 자연스레 축구로 넘어가 쓰이게 됐다. 한 선수가 한 경기에서 두 골을 넣었을 때를 가리킨다. 세 골을 넣으면. 널리 알려진 대로 ‘해트트릭’(hat-trick)이다.
해트트릭은 크리켓에서 유래했다. 1858년 영국의 크리켓 보울러(투수) 히스필드 스테픈손(1833~96)이 3명의 배츠맨(타자)을 공 3개로 아웃시켰다. 팬들은 이를 기념해 그에게 모자를 선물했다. 해트트릭은 축구, 하키, 수구 등 다양한 스포츠에서 쓰였다. 한 경기에서 한 선수가 3골을 넣은 경우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의 손흥민이 20일 열린 프리미어리그 사우샘프턴전에서 4골을 터뜨렸다. 토트넘은 5-2로 크게 이겼다. 2골은 브레이스, 3골은 해트트릭, 그렇다면 4골을 부르는 용어가 있을까. 더블 브레이스(double brace), 하울(haul) 등을 쓴다고 하는데, 해트트릭만큼 널리 쓰이지는 않는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흔치 않고 힘든 일이라는 거다.
손흥민의 낭보는 영국 현지 팬을 기쁘게 했고, 유라시아 대륙 반대편 한국 국민에게는 위안을 선물했다. 코로나19로 우울한 시절, 그야말로 일전쌍조, 일석이조다.
장혜수 스포츠팀장
[출처: 중앙일보] [분수대] 해트트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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