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수 스포츠팀장
네덜란드 출신 동물행동학자 프란스 드 발 미국 에모리대 교수 등은 과학 저널 ‘네이처’ 2003년 9월호에 ‘원숭이가 불공정한 보상을 거부했다’는 제목의 실험 논문을 발표했다. 서로 다른 쪽을 볼 수 있는 우리 속에 갈색 긴꼬리원숭이를 한 마리씩 넣고 같은 일(토큰 가져오기)을 시켰다. 수행에 대한 보상으로 똑같이 오이를 줬다. 둘 다 잘 받아먹었다. 이어 같은 일에 대해 서로 다르게 보상했다. 먼저 한쪽에는 포도를, 이어 다른 한쪽에 그대로 오이를 줬다. 포도를 기대했다가 오이를 받은 쪽은 먹지 않거나 심지어 던져버렸다. 드 발 등은 “인간만이 불평등을 혐오하는 건 아닐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 실험에 대한 다른 해석도 있다. 미국 출신 발달심리학자 마이클 토마셀로 독일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소장은 2016년 저서 『도덕의 기원』에서 “도덕 관념은 공감에서 공정으로, 다시 정의로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정성 실험에서 원숭이가 나타낸 분노가 “동종 개체와 비교에서 비롯한 게 아니라 실험자가 좋은 먹이는 줄 수 있는데도 형편없는 먹이를 주는 것에 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평등이나 불공정에 대한 혐오 및 분노가 내 안의 유인원 때문(드 발)이든, 호모 사피엔스만의 특질(토마셀로)이든, 인간은 실제로 그렇다. 2500년 전 공자도 이를 알았다. 그래서 『논어』 ‘계씨 편’에서 제자 염유에게 “불환과이환불균 불환빈이환불안(不患寡而患不均 不患貧而患不安, 적은 것을 걱정하지 않고 고르지 못한 것을 걱정하며, 가난한 것을 걱정하지 않고 편안하지 못한 것을 걱정한다)”이라고 했다. 그로부터 1500년 뒤 중국 남송의 유학자 상산 육구연(1139~92)은 “불환빈 환불균(不患貧 患不均, 가난한 게 걱정이 아니라 고르지 못한 게 걱정)”이라고 되새겼다.
다시 1000년 가까이 지난 요즘, 그의 말은 정치인의 단골 인용구다. 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경남지사 시절부터 이 말이 자신의 좌우명이라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민주당 대표였던 2018년 1월 신년사와 지난해 12월 장관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이 말을 거듭해 인용했다. 6일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를 놓고 이재명 경기지사가 이 말을 또 한 번 꺼냈다. (인간 본성이 그런 걸) 모르는 게 걱정이 아니라 말로만 그렇다 하는 게 걱정은 아닐지.
장혜수 스포츠팀장
[출처: 중앙일보] [분수대] 불환빈 환불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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