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한시

[가슴으로 읽는 한시] 한국통사를 읽고

bindol 2021. 3. 13. 16:06

[가슴으로 읽는 한시] 한국통사를 읽고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한국통사를 읽고

아픔이 가시자 새삼 느낀 것은
아픔이 훨씬 더 깊다는 것이다.
광노(狂奴)는 옛 버릇 못버리고
아직도 구슬픈 노래를 부르고 있다.
지금 눈앞에는 엄동설한 풍경이
이렇게 가득하니
어느 때나 날이 풀려
푸른 하늘 보려나.


讀痛史

痛定方知痛更深(통정방지통경심)
狂奴故態尙悲吟(광노고태상비음)
滿目窮陰今似此(만목궁음금사차)
陽生何日見天心(양생하일견천심)

 

구한말의 항일 우국지사 이건승(李建昇·1858∼1924)이 1915년 친구이자 우국지사인 박은식(朴殷植·1859∼1925) 선생이 쓴 '한국통사(韓國痛史)'를 읽고 썼다. 선생은 망국의 아픔이 어느 정도 진정되고 정신을 차려보자 망국의 통한이 더 뼈저리게 찾아왔다고 했다. 나라가 망하자 스스로 광노(狂奴·미친놈)라 자책하면서 아픔을 곱씹었던 선생이었다. 선생은 아픈 마음을 추슬러 그 원인과 과정을 분석해 역사를 썼다. 혼백을 잃지 않으면 되살아난다며 기 꺾이고 풀이 죽어있던 고국 국민의 기운을 북돋웠다. 통사를 읽고서 엄동설한의 대지에 곧 햇볕이 들어 푸른 하늘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한 이건승처럼 모든 국민이 희망을 잃지 않기를 소망하였다. 그 위대한 저술이 지금으로부터 꼭 100년전 1915년 6월 상하이에서 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