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85] 아첨에도 격조가 있을 텐데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당나라 대표적인 간신을 꼽으라면 조정 신하 중에는 이임보(李林甫)요, 환관 중에는 구사량(仇士良)이다. 구사량은 당나라 순종(純宗) 때 환관으로 동궁(東宮)이던 헌종(憲宗)을 모시기 시작해 전권을 장악하고서는 20여 년 동안 갖은 탐학을 다 저지르면서 두 명의 왕과 한 명의 왕비, 네 명의 재상을 살해했다. 그가 지금까지도 이름을 남긴 것은 이런 악행 못지않게 그가 은퇴 후에 후배 환관들에게 전해주었다는 비결 때문이다.
“천자는 한가롭게 둬서는 안 된다. 항상 사치스럽고 화려한 것으로 그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서 날마다 새로워지고 달마다 더 성대하게 해 다른 일에 다시 관심을 두게 해서는 안 되고 그런 후에야 우리들은 원하는 뜻을 얻을 수 있다. 조심스레 천자로 하여금 글을 읽고 유학을 공부한 신하들을 가까이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만일 그가 (글을 읽어) 전 시대의 흥망을 보고 마음속으로 (나라가 망할 수 있는) 두려움을 알게 된다면 우리와 같은 무리들을 멀리하고 배척한다.”
지난 정권의 십상시(十常侍)들의 행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이 정권에서도 대통령을 이런 시각으로 보고 있는 간신배들이 없지 않을 것이다.
최근 한미 정상회담이 있었다. 관련해서 이런저런 뒷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대체로 동맹 쪽에 좀 더 비중을 둔 외교 행보를 보였다고 한다. 백신 관련해서는 아직 지켜봐야 할 듯하다. 실패도 아니지만 역사에 남을 회담도 아니다.
집권당 원내대표 정도 되면 야당의 비판이 있더라도 점잖게 이번 회담에 따른 신속한 정치적, 법적 후속 작업에 힘을 쏟겠다는 정도만 말하면 된다. 윤호중 대표는 “국격이 뿜뿜 느껴진다”고 해 실소를 자아냈다. 찾아보니 우리말 사전에 ‘뿜뿜’이라는 말은 없고 일본어에 ‘ぷんぷん(푼푼)’이라고 해서 ‘물씬’이라는 뜻이 있었다. 물론 “국격이 물씬 느껴진다”고 했어도 아첨일 뿐이다. 상임위원장을 지낸 원내대표의 아첨치고는 유치한 실패라 하겠다. 참, “오세훈은 쓰레기”라고 했던 장본인임을 깜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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