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 옥(玉-0) 아니할 불(一-3) 쫄 탁(玉-8) 아니할 불(一-3) 이룰 성(戈-3) 그릇 기(口-13)
예나 이제나 정치나 종교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자신들의 신앙을 으뜸으로 여기면서 다른 주장이나 신앙을 무조건 배척하며 이단으로 내모는 일을 흔히 볼 수 있다. 목표나 목적에 집중하고 집착하면서 그 과정을 간과하거나 도외시한 탓이다. 이상적인 명분이나 목표를 내세우면서도 도리어 차별과 배척, 폭력과 억압을 저지르며 끊임없이 분란과 분쟁을 조장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大學(대학)'도 세속 정치의 길을 제시하는 유가의 경전이다. 동아시아의 모든 지식인이 한결같이 외고 있는 '修身齊家治國平天下(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이상, 그 이상이 자칫 아집과 독선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에 그 점을 경계하기 위해 반드시 덧붙여야만 했던 것이 '止於至善(지어지선·〈 7 〉회 大學之道 참조)'이다.
'지어지선'의 길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해야 하는 것이 공부, 여기서 말하는 큰 배움이다. 배움은 예나 이제나 쉽지 않다. 배우는 게 즐거울 수는 있어도 쉬울 수는 없다. 배움은 본디 어려운 일이다. 배우는 게 쉬웠다고 한다면, 무엇을 배우며 어떻게 배우는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살아가는 데 긴요하고 절실한 것을 배우려 했다면, 결코 쉽다고 말하지 못한다. 실천의 문제가 늘 배우는 이의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대로 배운 자가 정치를 맡아야 한다는 말은 그가 실천하며 배웠기 때문이다.
'禮記(예기)'에는 '學記(학기)'라는 글이 있다. 여기에는 유교의 학문이 무엇이며, 어떻게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지, 스승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가 一目瞭然(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거기에 다음의 문장이 나온다. "玉不琢, 不成器; 人不學, 不知道. 是故古之王者建國君民, 敎學爲先. 兌命曰, "念終始典于學," 其此之謂乎!"(옥불탁, 불성기, 인불학, 부지도. 시고고지왕자건국군민, 교학위선. 열명왈, 념종시곡우학, 기차지위호!)
"옥은 쪼지 않으면 그릇이 되지 않고, 사람은 배우지 않으면 도를 알지 못한다. 이러하므로 옛 왕들은 나라를 세우고 백성의 군주 노릇을 할 때 가르치고 배우는 일을 먼저 하였다. '尙書(상서)'의 '열명'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늘 배움을 생각하라'고 하였는데, 이를 이르는 말이리라!"
"처음부터 끝까지 늘 배움을 생각하라"는 말은 끊임없이 새로운 정치적 상황, 사회·경제적 변화에 맞닥뜨리므로 이에 알맞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정치가나 통치자도 끊임없이 자신을 새롭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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