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3> 性善과 德治

bindol 2021. 5. 31. 17:48

- 본바탕 성(心-5) 착할 선(口-9) 덕 덕(-12) 다스릴 치(水-5)

 

앞서 楚(초)나라 莊王(장왕)이 九鼎(구정)의 크기와 무게에 대해 물었을 때, 王孫滿(왕손만)은 '昏德(혼덕)'과 '明德(명덕)'으로 대답했다. 혼덕이란 자신의 마음이나 능력을 잘못 알고 그릇되게 쓰는 데서 비롯된 내면의 상태다. 이와 달리 본래의 덕을 그대로 드러내어 밝게 쓰는 것이 명덕이다.

왕손만은 비록 周(주) 왕조의 덕이 쇠퇴했지만 여전히 그 덕의 殘香(잔향)이 천하를 감돌고 있으며, 장왕에게는 그 잔향을 이길 만큼의 덕조차 없음을 넌지시 그러나 따끔하게 지적하였다. 아무리 군사력에서 우위에 있더라도 덕이 결여되어서는 天命(천명)을 얻지 못한다는 뜻이니, 요컨대 "너 따위가 구정의 크기나 무게를 묻다니, 애초부터 번지수가 틀렸다"고 타이른 것이다.

漢(한)나라 때 劉向(유향)이 편집한 '說苑(설원)'에 公扈子(공호자)가 했다는 말이 실려 있다. "나라를 다스리는 자는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춘추시대에 태어나면서 존귀했던 자는 교만했고, 태어나면서 부유했던 자는 오만했다. 태어나면서 존귀하고 부유한 자라도 경계로 삼을 만한 거울이 없이 스스로 터득한 자는 드물다. 춘추시대는 나라를 다스리는 이가 보아야 할 거울이다. 춘추시대에는 군주를 弑害(시해)한 일이 서른여섯 번, 나라를 망친 일이 쉰두 번이나 있었고, 제후로서 도망하여 社稷(사직)을 보전하지 못한 경우도 매우 많았다. 그럼에도 먼저 일어난 일들을 보고도 뒤따라가지 않은 자도 적지 않았다."

제후들이 앞선 일을 거울로 삼지 않고 前轍(전철)을 밟은 결과, 맹자가 "땅을 빼앗으려고 전쟁을 벌여서 죽은 사람이 온 들에 가득하고, 성을 빼앗으려고 전쟁을 벌여서 죽은 사람이 온 성에 가득하니, 이는 이른바 땅을 차지하려고 사람 고기를 먹는 격이어서 그 죄는 죽더라도 용서받지 못한다"고 성토해야만 했던 戰國時代(전국시대)가 도래했다. 그럼에도 맹자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性善(성선)을 주장했다. 성선은 곧 명덕과 통한다.

인간은 타고난 資質(자질)이 뛰어나고 빼어나다. 그러나 그 자질을 제대로 살리는 경우가 그리 흔하지 않다. 흔하지 않은 자질을 타고나서 그 자질대로 사는 것이 참으로 쉽지 않은 것이다. 태평한 시절이 드물고, 가끔 있더라도 오래가지 못한 까닭이 바로 거기에 있다.

유가에서 德(덕)을 그토록 중시한 것은 그게 타고난 바탕이기 때문이고, 德治(덕치)를 그토록 강조한 것은 사람이 제 본바탕을 그만큼 쉽게 소홀히 하거나 어그러뜨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람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저버리지 않아야 하는 것이 또한 유가 지식인의 길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