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96> 患不知人

bindol 2021. 6. 3. 04:33

- 걱정할 환(心-7)아닐 불(一-3)알아볼 지(矢-3)남 인(人-0)

 

현명한 신하를 한 명이라도 기용하여 그를 전적으로 믿고 쓴다면, 그 신하가 다시 군자를 알아보고 군자를 천거하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렇게 해서 군자들로 이루어진 신하들이 정치를 도맡아 하게 되어 천하가 안정되고 백성은 편안한 삶을 누리게 된다. 태평한 시절은 이렇게 현자를 알아보고 군자를 가까이할 줄 아는 신하들이 있을 때 도래한다. 제나라 환공이 패자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포숙과 관중, 습붕 등 현명한 신하를 믿고 썼기 때문이고, 그가 굶어서 비참하게 죽은 것은 역아, 개방, 수조 따위 소인을 믿고 곁에 두었기 때문이다.

관중이 환공에게 기용될 수 있었던 데에는 환공을 모시던 鮑叔(포숙)의 적극적인 추천이 있었다. 관중은 그 스스로도 "나를 낳아준 이는 부모지만, 나를 알아준 이는 포숙이다"라고 말했다. 세상 사람들은 관중의 현명함을 주로 칭송하지만, 사람을 알아볼 줄 안 포숙을 더 찬미할 만하다. 사람을 알아볼 줄 아는 능력, 이를 '知人之鑑(지인지감)'이라 한다. 공자도 "不患人之不己知, 患不知人也"(불환인지불기지, 환부지인야) 곧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걸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지 못하는 걸 걱정하라"고 말했다.

무릇 나라를 위하고 백성을 살리는 정치를 하려면 현명하고 유능한 사람을 얻어야 한다. 군주가 그런 인물을 두루 만나서 알아보고 얻기는 어렵다. 아니, 거의 불가능하다. 아무리 한 나라의 통치권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그가 머물고 있는 곳은 구중궁궐 안이다. 즉위하기 전에 태자로서 또는 왕자로서 천하를 두루 다니는 경험을 했다 하더라도 역시 현자를 만날 공산은 크지 않다. 현자 스스로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고, 그를 알아보고 천거할 만한 인물도 드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 한 사람이라도 현자나 군자를 얻는 일이 긴요하다. 그 한 사람을 통해 또 다른 현자와 군자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말했듯이 군자는 현명한 이를 현명하게 여기고 가까운 이를 가까이하므로.

제나라를 부강하게 하여 환공을 覇王(패왕)으로 만든 관중이 죽은 뒤, 백여 년이 지나서 晏嬰(안영)이 나타났다. 안영은 靈公(영공)·藏公(장공)·景公(경공) 세 군주를 섬겼다. 이들 군주들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았으며, 심지어 장공은 신하인 崔杼(최저)의 아내와 사통하다가 최저에게 죽임을 당한 昏君(혼군)이다. 영공에서 경공까지는 제나라가 내란과 하극상으로 혼란한 시기였다. 그럼에도 쇠망하지 않았던 것은 안영이 정치를 맡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안영을 통해 제나라가 위기를 넘길 수 있었을까?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