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97> 晏嬰과 馬夫

bindol 2021. 6. 3. 04:34

- 성 안(日-6)갓난아이 영(女-14)말 마(馬-0)사내 부(大-1)

 

사마천은 '사기'를 저술하면서 '列傳(열전)'이라는 항목을 두어 신분이나 직업에 관계없이 남다른 삶을 산 인물들의 행적을 매우 생동감 넘치게 서술하였다. 전체 130권 가운데서 열전이 70권으로 절반이 넘으니, 그 비중을 알만하다.

이 열전에서 첫 번째가 伯夷(백이)와 叔齊(숙제)를 다룬 '伯夷列傳(백이열전)'이고, 두 번째가 관중과 안영을 다룬 '管晏列傳(관안열전)'이다. 거기에 안영에 관한 흥미로운 기사가 둘 나온다.

越石父(월석보)는 현명한 사람인데, 어쩌다가 죄인의 몸이 되었다. 안영이 밖에 나갔다가 길에서 그를 보고는 마차의 왼쪽 말을 풀어서 贖錢(속전)으로 바치고 월석보를 마차에 태워 집으로 돌아왔다. 안영은 아무런 인사도 없이 내실로 들어갔다. 한참이 지나서 월석보가 절교하겠다고 알렸다. 깜짝 놀란 안영이 의관을 정제하고 나와서 용서를 빌며 말했다.

"제가 비록 어질지 못하지만, 그대를 결박에서 구해 드렸습니다. 어찌 이리도 빨리 인연을 끊으십니까?"

월석보가 대답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군자는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 사람에게는 뜻을 숨기지만,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에게는 뜻을 드러낸다고 들었습니다. 내가 죄인의 몸이 되었을 때, 저 옥리들은 나를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느낀 바가 있어서 나를 구해주었으니, 이는 나를 알아준 것입니다. 나를 알아주면서 예의가 없다면, 차라리 죄인의 몸으로 있는 게 낫습니다."

그러자 안영은 월석보를 안으로 맞아들여 上客(상객)으로 모셨다.

안영이 조정에 나갈 때였다. 馬夫(마부)의 아내가 문틈으로 자기 남편을 엿보았다. 그 남편은 재상의 수레에 앉아 커다란 햇빛가리개를 받쳐 들고 네 필의 말에 채찍질하면서 의기양양하여 자못 거들먹거렸다. 나중에 마부가 돌아오자 그 아내가 떠나겠다고 말했다. 마부가 그 까닭을 물으니, 아내가 말했다.

"안자(안영)는 키가 채 여섯 자가 되지 않는데도 그 몸은 제나라의 재상으로 명성을 제후들 사이에 떨치고 있습니다. 오늘 내가 그분이 외출하는 모습을 보니, 뜻과 생각이 깊고 늘 자신을 낮추는 태도였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키가 여덟 자나 되면서 고작 남의 마부 노릇을 하는데도 마치 뜻을 이룬 듯이 거들먹거리니, 이 때문에 제가 떠나려는 것입니다."

그 뒤로 마부는 스스로 자신을 누르고 낮추었다. 안영이 이상하게 여기며 물었더니, 마부가 자초지종을 이야기해주었다. 안영은 그를 추천하여 대부로 삼았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