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을 묵(黑-4)지울 살(殳-3)
목공이 건숙과 백리혜에게 물으니, 그들이 대답했다.
“여러 나라를 거치고 천 리 길을 넘어 습격하는 일은 이로울 것이 거의 없습니다. 더욱이 누군가 정나라를 팔아넘긴 것이라면 우리 쪽 사람도 우리 정세를 정나라에다 알리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겠습니까? 안 됩니다!”
이에 목공이 말했다.
“그대들이 잘 모르고 하는 말이오. 나는 이미 결정했소.”
목공의 동방 진출 의욕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늘 현명한 신하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던 그가 이번에는 默殺(묵살)한 것이다. 군대를 일으킨 목공은 백리혜의 아들 孟明視(맹명시), 건숙의 아들 西乞術(서기술)과 白乙丙(백을병)에게 군대를 통솔하게 했다. 출병하는 날, 백리혜와 건숙 두 사람이 통곡했다. 목공이 노하여 물었다.
“출병을 앞두고 통곡을 하여 군사들의 마음을 어지럽히다니, 대체 무엇 때문이오?”
두 사람은 대답했다.
“신들이 어찌 감히 군주가 이끄는 군사들의 마음을 어지럽힐 수 있겠습니까? 군대가 떠나면 신들의 자식들도 함께 갑니다. 나이가 든 신들로서는 자식들이 돌아올 때쯤이면 얼굴을 못 보게 될지도 몰라서 우는 것입니다.”
두 노인은 물러 나와 자식들에게 말했다.
“너희 군대가 패한다면, 틀림없이 殽山(효산)의 좁은 길일 것이다.”
이듬해 봄, 진나라 군대는 동쪽으로 진격하여 滑(활)에 도착하였다. 그때 정나라의 장사꾼인 弦高(현고)가 소 열두 마리를 끌고 주나라로 팔러 가다가 진나라 군대를 만났다. 현고는 죽거나 포로가 되는 것이 두려워 소를 바치면서 말했다.
“대국이 정나라를 공격한다 하여 정나라 군주가 단단히 지킬 준비를 하고, 신을 보내 소 열두 마리로 병사들을 위로하라 하셨습니다.”
진나라의 세 장군은 상의하여 “정나라를 습격한다는 사실을 정나라에서 이미 알고 있으니, 지금 간다고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 같소” 하였다. 그리고는 활을 멸망시키고 군대를 돌렸다. 활은 晉(진)나라 변방에 있는 땅이었다.
고전학자
'정천구의 대학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75> 殉葬 (0) | 2021.06.07 |
---|---|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74> 黃髮番番 (0) | 2021.06.07 |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72> 好人之所惡 (0) | 2021.06.07 |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71> 食駿馬之肉 (0) | 2021.06.07 |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70> 秦穆公 (0) | 2021.06.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