螂丸集

[도청도설] 주일무적

bindol 2021. 7. 10. 04:50

대권 경쟁이 뜨겁다.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경선 예비후보들이 ‘대통령 취업준비생 공개채용’과 ‘국민면접’ 토론회에서 내공을 뽐내고 있다. 국민의힘은 유력한 대권 후보가 없는 불임정당에서 어엿한 수권정당으로 거듭나려는 빅텐트 논쟁이 한창이다. 저마다 사활을 건 승부수를 던지지만 민심은 오리무중이다. 이럴 땐 지나간 일을 본보기 삼는 것도 방법이다. 온고이지신, ‘오래된 미래’의 싹을 찾는 지혜다.

공자가 나라를 다스리는 다섯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일을 공경하고, 믿게 하며, 쓰기를 절도 있게 하고,

백성을 사랑하며, 백성을 부릴 땐 적절한 때에 맞춰야 한다’.

‘논어’ 첫 편 ‘학이’의 가르침이다.

애민사상을 여기서 찾을 수 있다고 하나 핵심은 공경, 경(敬)이다.

일을 공경하고 믿게 한다는 건 그 일을 공경하고 백성에게 믿게 함이라고 주자가 풀이했다.

주자는 경을 ‘주일무적’이라 했는데, 이는 주자가 본받고자 한 스승 정자의 창작품이다.

‘마음을 하나로 집중해 다른 곳으로 가지 않는다’는 것이 주일무적(主一無適)이다.

‘一’은 하나, 한결같다, ‘適’은 가다, 찾아가다는 뜻이다.

인의지도(仁義之道), 즉 공자와 맹자의 핵심을 붙잡자는 의미다.

공맹으로 대표되는 유가의 목표는 자기를 닦고 이겨서 남을 이롭게 하는 수기치인(修己治人)이다.

정자와 주자는 물론 조선을 대표하는 학자인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가 이를 위해 ‘경’을 내세웠다.

경은 사람이 하늘을 공경하는 집중이고 몰두다.

 

특히 주일무적은 경의 3요소 가운데 첫손에 꼽힌다.

그 3요소는 주일무적과 상성성(常惺惺·늘 깨어있고 깨어있으라),

정제엄숙(整齊嚴肅·용모와 자세를 단정히 해서 위엄있고 고요하게 스스로 경계하라)이다.

대쪽같은 유학자인 남명 조식이 차고 다니던 칼에 새긴 좌우명

 

內明者敬 外斷者義

(마음의 덕과 인을 밝힘을 경이라 하고, 행동을 정의롭게 결단함을 의라 한다)와 통한다.

주자는 ‘나라를 다스리는 요점이 이 다섯 가지에 있다고 말씀하셨으니,

근본에 힘써야 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5차 재난지원금이 포함된 33조 원 규모 2차 추경을 편성하며 홍남기 부총리가 ‘주일무적’을 인용했다. 대권 후보들이 곱씹어야 할 경구다. 사탕발림 말고, 목숨을 걸겠다는 각오로….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우리나라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 명실공히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마당이다. 그에 걸맞은 내용을 제대로 채워야 할 때다.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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