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 <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
행동이 야무지지 못해 믿음직스럽지 않다.
심지어 가벼워서 위험해 보인다. 이럴 때 쓸 수 있는 단어가 경솔(輕率)이다.
뒤의 글자 率(솔)이 퍽 궁금하다. 글자 초기 꼴에서는 가운데의 실 뭉텅이 (사)가 두드러진다.
주변을 이루는 점들은 물 또는 물기를 표현했다고 본다. 뭉친 실, 즉 밧줄에다가 물이 그려진 형국이다.
그래서 동아줄로 물 위의 배를 끄는 행위라고 풀 수 있다.
그로부터 얻은 뜻이 ‘이끌다’ ‘끌어가다’ 등이다.
무리를 이끄는 행동을 인솔(引率)이라고 적는 경우가 우선이다.
대중을 끌어가는 동작은 통솔(統率)과 솔선(率先)이다.
한 지붕 밑에서 사는 식구는 달리 식솔(食率)이라고 적는다.
남을 이끄는 사람은 일종의 모범(模範)이라고 볼 만하다.
그래서 다른 대상에 견줘 일정한 기준을 이루는 존재다.
그로부터 비롯한 새김이 비율(比率)일 테다. 효율(效率), 확률(確率) 등에도 등장한다.
일종의 표준(標準)을 가리키는 뜻이다.
率은 거느릴 솔, 비율 률(율), 우두머리 수 등 세 가지 음으로 읽힌다.
물에서 배를 직접 이끄는 동작에서 비롯한 새김 하나는 ‘곧장’ ‘눈에 띄게’ 등의 부사적 용법이다. 진솔(眞率)은 진짜 마음 그대로를 드러내는 경우를 지칭한다. 솔직(率直)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감춤 없이 속을 그대로 드러내는 사람의 행위를 일컫는다. 그러다가 결국 마음을 쉽게 털어놓는 지경에도 이른다. 그러니 ‘가볍다’는 뜻의 輕(경)과 합쳐 ‘경솔’의 경우에 닿고 만다. 진솔하고 솔직함이 정도를 넘어 가볍고 유치한 수준에 이르는 때다. 방정맞음에까지 이르는 경조(輕)와 같다. 생각 없는 사람을 일컬을 때의 무모(無謀), 현실과 디테일을 결여한 초솔(草率)도 비슷하다.
핵으로 무장한 북한에 맞서 튼튼한 팀워크를 이뤄도 모자랄 새 정부 안보팀이 걱정이다. 마구 쏟아내는 경솔한 말, 그로써 빚어지는 혼선과 갈등이 ‘봉숭아 학당’을 연상케 한다. 이런 부박(浮薄)함으로 북한 핵의 위기를 제대로 헤쳐갈 수 있을까.
유광종 <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
'시사한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광종의 시사한자] 위기 (危機) (0) | 2021.07.22 |
---|---|
[유광종의 시사한자] 紛(어지러워질 분) 亂(어지러울 란) (0) | 2021.07.22 |
[유광종의 시사한자] 積(쌓을 적) 弊(해질 폐) (0) | 2021.07.22 |
[유광종의 시사한자] 중화(中華) (0) | 2021.07.22 |
[유광종의 시사한자] 冬(겨울 동) 天(하늘 천) (0) | 2021.07.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