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95] 원산폭격의 유래
‘원산폭격’은 한국인에게 익숙한 가혹 행위의 대명사다. 예전에 군 생활을 한 사람이라면 정수리 부위에 상체 체중이 집중되어 두피가 눌리고 피가 거꾸로 쏠리면서 받는 고통을 기억할 것이다. 심하면 목 부상이나 탈모 같은 후유증이 생기기도 한다.
원산폭격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불분명하다. 엉덩이를 들어 올린 채 머리를 바닥에 처박고 있는 모습이 6·25 당시 원산을 폭격하느라 급강하하던 폭격기 모습과 비슷하기에 붙은 이름이라는 설 정도가 떠돌고 있다. 이러한 군내 가혹 행위가 언제, 어디에서 시작된 것인지는 더욱 오리무중이다. 일본 군대의 잔재라는 설도 있고 한국전쟁 이후 미군의 훈련법을 따라 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일본군 잔재설이 유력하다고 생각한다. 구(舊)일본군은 군기 명목의 가혹 행위로 악명이 높았는데, 그중에 ‘급강하 폭격’이라는 얼차려가 있었다. 기본 자세는 ‘엎드려 뻗쳐'에 가깝다. 이때 의자나 책상 등 높은 곳에 다리를 올려 발끝을 세우고 팔꿈치를 굽히게 하면 머리가 떨어질 듯 지면을 향하게 된다. 이 모습이 폭격기의 급강하 모습과 비슷하다 하여 그러한 이름이 붙었다. 머리가 지면에 닿지는 않으나, 이름이나 자세 등으로 볼 때 원산폭격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원산폭격은 이제는 군대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으나, 오히려 학교나 스포츠계 등으로 퍼져 종종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머리 박아’ 하는 호령에서 볼 수 있듯 억압적이고 비인격적 상하 관계의 상징이 원산폭격이다.
얼마 전 모 교수가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참회와 연대의 뜻을 담아 스스로 원산폭격을 하는 영상을 올렸다는 뉴스가 있었다. 시대착오적 가혹 행위로 자학 퍼포먼스를 연출하여 어떠한 참회와 연대의 뜻을 전한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진영 논리에 지성이 마비되는 한국 사회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사례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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