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어처구니 없는 해명 시리즈
최연진 기자 - 조선일보
www.chosun.com
입력 2021.09.02 03:00
김승원 민주당 의원 /조선일보 DB
KSW GSGG. 이것은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결코 욕설이 아니다. 국민의 투표로 선출된 대한민국 국회의원, 걸어 다니는 헌법기관인 김 의원은 마땅히 ‘국민의 일반의지에 서브(봉사)해야 한다’는 준엄한 요구다.
‘GSGG’가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김 의원 덕에 처음 알았다. 그는 여당이 밀어붙이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게 되자 지난 31일 새벽 페이스북에 ‘박병석 ~~ 정말 감사합니다 역사에 남을 겁니다. GSGG’라고 썼다. 네티즌 사이에서 GSGG가 개의 자식을 의미하는 욕설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자 김 의원이 “정치권은 국민의 일반의지에 서브해야 한다는 뜻을 적은 것”이라며 ‘Government serve general G’라고 설명했다. 일반의지는 영어로 ‘general will’이란 반론이 나오자 ‘general good(공동선)’이라고 재차 해명했다. 온 국민이 GSGG의 뜻을 이날 처음 알았을 것이다. 감사해야 하나.
김 의원이 차라리 “염원하던 법안이 처리되지 않아 속상한 마음에 해서는 안 될 말을 했다”고 사과하거나, “박병석 국회의장이 ‘합의 정신’을 명분으로 여당을 가로막아 법안 처리가 무산된 것은 사실 아니냐”며 화를 냈다면 이해할 여지가 조금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그랬냐’는 국민 앞에 집권 여당 국회의원이 내놓은 답이 궤변이었다. 국민을 ‘GSGG’로 본다.
여권이 허무맹랑한 해명을 내놓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성추문에 휩싸인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게 “XX자식”이라고 했다. 논란이 일자 민주당 인사들은 XX가 ‘후레’가 아니라 ‘나쁜’이었다고 해명하기 급급했다. XX가 뭐였는지가 본질이었을까, 집권 여당 대표가 자당 소속 시장의 자살을 두고 국민 앞에서 막말한 게 본질이었을까.
지난달엔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반대 성명을 발표한 ‘국경없는기자회’를 겨냥해 “뭣도 모르니까”라고 했다가 주워담았다. “뭣도 모르고”가 아니라 “뭐 또 (상황을 잘) 모르고”였다는 해명이다. 뭣도 모르든, 뭐 또 모르든, 여당 대표의 인식은 하나다. ‘무시하고 우리 갈 길 간다’는 것이다. 국민은 그걸 다 아는데, 여당에선 말장난이나 한다.
집권 세력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 벌어지면 참지 못하고 막말부터 뱉는다. 논란이 일면 ‘그게 아니라 이거였다’며 말도 안 되는 해명을 한다. 진솔하게 사과하거나, 추천하진 않지만 소신이라도 지켜야 하는데 양쪽을 다 포기한 것 같다. ‘국민에게 서브’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국민을 바보 취급 하지나 말았으면 한다. 이쯤 되니 ‘국민은 어차피 뭣도 모른다’가 그들의 소신인가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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