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56] 북한 닮아가는 중국
입력 2021.09.10 00:00
“옷의 허리띠 정도 물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一衣帶水)”는 표현은 아주 가까운 나라를 지칭하는 말이다. 중국이 압록강과 두만강을 국경으로 두고 건너편의 북한을 지칭할 때 이 말을 자주 사용한다.
옛 고사(故事)에 착안해 북한과의 관계를 “입술이 없어지면 이빨이 시리다(脣亡齒寒)”는 말로도 곧잘 표현한다. 더 친근감을 강조하려 “산과 물이 서로 이어졌다(山水相連)”는 정감 어린 말로도 가끔 적는다.
6·25전쟁에서 북한을 도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는 “끓는 물과 시뻘건 불길에 뛰어들었다(赴湯蹈火)”는 자랑도 잊지 않는다. 그러면서 “피로써 맺어져 깨질 수 없는 관계”임을 강조한다. 혈맹(血盟)임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일러스트=양진경
그러나 가끔 북한이 국제적인 도발을 벌여 처지가 난감해지면 일반 중국인들은 “술이나 고기 먹으면서 놀아주는 친구(酒肉朋友)”라고 그 관계를 비하한다. 그보다 더욱 심각한 곤경에 빠질 때는 “은혜와 의리를 저버렸다(忘恩負義)”고 야단친다.
요즘 중국은 공식 석상 등에서 북한과의 관계를 “비바람 속에 같은 배에 올랐다(風雨同舟)”고 표현한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가치 체계가 자신을 압박하는 상황이 심해지면서 공산주의 이념으로 북한과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비친다.
개혁·개방 뒤 중국은 사실 싱가포르의 발전 모델에 관심이 많았다. 싱가포르가 고도의 사회 통제를 펼치면서도 적극적인 대외 개방으로 높은 경제 발전을 이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북한 모델에 가까워지는 기색이 역력하다.
실제 지난 40여 년의 개방 분위기가 크게 꺾이면서 “중국이 북한 닮아간다[中國的朝鮮化]”는 말이 중국인들 사이에 나돈다. “초록(草綠)은 동색(同色)이요, 가제는 게 편”이라고 했다. 같은 공산주의 이념적 토대에 견고한 전제(專制)를 앞세우는 점에서 중국과 북한은 결코 깨지지 않을 동맹으로 봐야 옳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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