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謙은 言(말씀 언)과 兼으로 이루어졌다. 言은 말을 뜻하고, 소리부도 겸하는 兼은 갑골문에서 손(又·우)으로 볏단(禾·화) 둘을 잡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 손(又)으로 볏단(禾)을 하나 잡은 모습을 그린 것이 秉임을 고려하면, 兼은 두 가지 이상의 사물이나 행위를 동시에 잡거나 하는 것을 말한다. 이로부터 兼에는 겸하다는 뜻이, 다시 어떤 것을 ‘하나로 묶다’는 의미가 생겼다.
그래서 謙은 말(言)을 묶어 둔다(兼)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것은 말을 많이 하는 것보다 말을 적게 하는 것, 즉 침묵이 미덕으로 간주되고 그 무엇보다 중요한 행동규범으로 기능해온 전통을 형상적으로 그려낸 글자이다. 동양 사회에서는 전통적으로 모든 불행은 입, 즉 말(言)로부터 나오기에 말을 삼가는 것이 최고의 덕목으로 자리 잡아 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兼으로 구성된 글자들은 주로 ‘묶(어 두)다’는 의미를 가진다. 예컨대 鎌(낫 겸)은 볏단을 움켜쥐고 베는 금속(金·금) 도구인 낫을 말한다. 또 廉(청렴할 렴)은 처마(엄·엄)가 한곳으로 모이는(兼) 곳이라는 뜻으로부터 ‘모서리’의 의미가 나왔고, 모서리는 집에서 각진 곳이며, 각이 지다는 것은 품행이 올곧음을 상징하여 ‘淸廉(청렴)’이라는 뜻까지 나온 글자이다.
그런가 하면 慊(흡족하지 않을 겸)은 어떤 것을 풀지 않고 마음(心·심) 속에 묶어두는(兼) 것을 말하며, 이로부터 ‘싫어하다’는 뜻이 나왔다. 嫌(싫어할 혐)은 사람(女·녀)에 대한 불만족이나 의혹이나 의심 등을 말하는데, 사람의 상징으로 여자(女)가 채택된 것은 남성중심 사회의 일면을 엿보게 해 준다.
遜은 착(쉬엄쉬엄 갈 착)과 孫(손자 손)으로 구성되었는데, 孫은 소리부도 겸한다. 착은 척(조금 걸을 척)과 止(발 지)가 합쳐져 길(척)을 가다(止)는 의미를 그렸으며, 이후 행하다나 실천하다는 의미까지 가지게 된 글자이다. 孫은 금문에서 子(아들 자)와 (멱,사)(가는 실 멱)으로 구성되어, 실((멱,사))처럼 계속 이어지는 자손(子)이라는 의미로부터 ‘손자’의 의미를 그려 냈다.
그래서 遜은 자손(孫)들이 해야 할 행동거지(착)를 말한다. 즉 자손들이 부모나 조상에 대해 하는 것처럼 언제나 공손하고 양보하며 뒤로 물러나는 ‘謙遜함’을 말한다.
이처럼 謙遜에서의 謙은 말(言)을 묶어 두고(兼) 적게 하는 것을, 遜은 자손(孫)들이 가져야 할 행동거지(착)를 말한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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