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犬은 개를 그렸는데, 치켜 올라간 꼬리가 특징적이다. 개는 청각과 후각이 뛰어나고 영리해 일찍부터 가축화되어 인간의 곁에서 사랑을 받아왔다. 그래서 犬으로 구성된 글자는 개, 개의 속성, 개의 기능 등을 뜻한다.
첫째, 개를 지칭하는 경우다. 표(개가 달리는 모양 표)는 개가 여럿 모여 달리는 모습을, 獒(개 오)는 큰 개를 말한다. 또 狗(개 구)는 수입개의 번역어라는 해석도 있지만 ‘예기’의 주석처럼 ‘큰 개를 犬, 작은 개를 狗’라고 한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둘째, 개는 대단히 공격적인데, 犯(범할 범), 狂(미칠 광), 猛(사나울 맹), 猥(함부로 외), 獄(옥 옥) 등은 모두 개의 이러한 특성을 반영한 글자이다. 개는 혼자 있기를 좋아하며 둘만 모여도 으르렁거리며 싸우길 좋아하는데 獨(홀로 독)과 F(물어뜯고 싸울 은)은 바로 이러한 특성을 반영한다.
셋째, 개는 후각이 대단히 뛰어나 사냥에 주로 동원되었는데, 狩(사냥 수), 獵(사냥 렵), 獸(짐승 수), 獲(얻을 획) 등은 이와 관련된 글자들이다.
넷째, 개고기는 대단히 맛있는 고기로 알려져, 獻(바칠 헌)은 바로 세발로 된 솥((격,력)·력)에 개고기를 삶아 ‘올림’을, 然(그럴 연)은 개(犬) 고기(肉·육)를 불(火)에 ‘구움’을 말한다. 또 厭(싫을 염)은 ‘싫증나다’와 ‘좋다’는 뜻을 함께 가지는데, 厭을 구성하는 』(물릴 염)은 원래 개(犬)와 고기(肉)와 입(口·구)으로 이루어져 ‘맛있는’ 개고기를 ‘싫증날’ 정도로 먹음을 말한다.
다섯째, 개는 모양이 비슷하고 종류가 다양한 동물이다. 그래서 ‘개’를 分類(분류)의 대표로 생각했다. 狀(형상 상), 類(무리 류), 猶(같을·오히려 유)는 이러한 특징을 반영했다.
이 밖에 犬이 인간의 가장 가까운 동물의 대표이므로 다른 부류의 동물까지도 犬으로 표현한 경우가 있는데, 狐(여우 호), 狼(이리 랑), 猿(원숭이 원), 猪(돼지 저), 獅(사자 사), “(오소리 훤) 등이 그러하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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