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난자의 한줄로 고전

나는 누구인가

bindol 2021. 9. 21. 08:42

부처가 무엇입니까?


佛行是佛

 

혜능 스님은 어느 제자의 물음에 “부처의 행위가 부처다”라고 했다.(‘육조단경’) 행위가 그 사람이라는 뜻이다. 악인(惡人)과 선인(善人)은 처음부터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악한 행위가 악인을 만들고, 선한 행위가 선인을 만든다는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혜능 스님의 말씀에 대입해본다.

‘아행시아(我行是我).’ 내가 행한 것이 곧 나라고 하겠다. 내 행위가 나를 규정짓는다. 그것은 온전히 내 의지에 달려 있다. 존엄한 자유의지의 영역이기도 하다.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만난 호손의 ‘큰 바위 얼굴’이 떠오른다. 당시 조용히 품었던 나의 표상. 소년 어니스트도 석양에 빛나는 산골짜기의 ‘큰 바위 얼굴’을 바라보며 언젠가 나타나리라는 ‘큰 바위 얼굴’을 한 거룩한 사람이 찾아오기를 기다렸다. 개리 골드라는 재력가가 나타났고, 올드 블러드 앤드라는 장군이 찾아왔다. 올드 스토니 피즈라는 정치가도 성공한 인물로 귀향하지만 모두 그들의 천박한 속내는 ‘큰 바위 얼굴’에서 풍기는 내면의 평화나 인자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전도사가 된 어니스트의 머리에는 어느새 서리가 내리고, 원하지도 않은 명예와 존경이 그를 따랐다. 그의 설교에는 착한 행위와 신성한 사랑으로 된 그의 일생이 융해돼 있었다. 어니스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던 시인은 참을 수 없다는 듯 벌떡 일어나 큰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보시오. 어니스트 씨야말로 큰 바위 얼굴과 똑같습니다.”

어니스트라는 소년의 마음속에 늘 자리 잡고 있던 ‘큰 바위 얼굴’이 어느새 그의 얼굴에 옮겨져 있었다. 평생을 지향(指向)하던 바가 이뤄진 것이다. 그가 그런 사람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인가? ‘아행시아’를 돌아보게 된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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