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別曲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64] 兩岸에 일렁이는 풍파

bindol 2021. 11. 5. 04:23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64] 兩岸에 일렁이는 풍파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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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11.05 00:00

 

 

정든 사람과 헤어지는 일은 서글프다. 더구나 찬바람 부는 쌀쌀한 가을날에는 말이다. 그런 정조를 읊은 중국의 유명한 사(詞)가 있다. 눈물로 임과 헤어진 뒤 배에 오르는 광경이다. 섭섭함을 못 이겨 작자는 이렇게 자문한다. “오늘 밤 술은 어디서 깰까(今宵酒醒何處)?”

스스로 짐작해보는 장소와 때는 이렇다. “버드나무 언덕, 새벽바람 속 이지러진 달(楊柳岸, 曉風殘月)”. 대중의 가창을 전제로 쓴 노랫말, 즉 가사(歌詞)에 해당하는 북송(北宋) 문인 유영(柳永)의 작품이다. 좋지 않은 기분에 폭음하는 사람들이 요즘도 즐겨 외우는 구절이다.

/일러스트=양진경

‘버드나무 언덕’의 안(岸)은 일반적으로 물과 땅이 만나는 곳에 생겨난 조금 높은 지형이다. 물길은 사람들이 이동할 때 자주 이용하지만 풍파(風波)가 잦아 경우에 따라서는 퍽 위험하다. 그 점을 곧잘 강조하는 중국인의 감성에서 물길은 ‘불안정성’의 상징으로 쓰이는 적도 많다.

 

거세고 험한 물길을 다니는 사람에게 뭍으로 이어지는 곳은 늘 반가우며 고맙다. 해안(海岸), 강안(江岸)이 흔한 이름이고, 깎아지른 절벽이 함께 있으면 애안(崖岸)이다. 그 모두를 일컫는 말은 연안(沿岸)이다.

종교적 의미를 보탠 경우도 있다. 피안(彼岸)이 그렇다. 생사(生死)의 경계를 넘어선 해탈(解脫)의 세계다. 모든 번뇌에 얽매이는 차안(此岸)의 반대쪽이다. 궁극과 이상을 가리키는 불교 가르침 ‘바라밀다(Paramita)’를 한역(漢譯)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상적인 세계로 건너가는 도피안(到彼岸)이라는 말도 잘 쓴다.

 

‘양안(兩岸)’은 중국과 대만의 정치적 용어로도 쓰인다. 해협을 사이에 두고 중국과 대만이 서로와의 관계를 적을 때 등장한다. 요즘 이곳에 풍파가 거세다. 전운(戰雲)까지 감도는 분위기다. 해탈까지는 아니더라도 ‘물가 언덕’이 지닌 평화와 안정의 의미를 속히 되찾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