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혜공왕 때 큰 지진 일어나자 승려들 모아 백성에게 불경 전해
나라의 평안 빌었던 '백좌법회'
고려·조선시대엔 '해괴제' 지내며 불길한 재난 막아달라 기원했대요
지난 4월 25일, 네팔에서 큰 지진이 일어나 수천명이 죽고 수만명이 부상을 당했어요. 앞으로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죠. 네팔은 중국과 인도 사이인 히말라야 산맥 중앙부의 남쪽 반을 차지하는 내륙 국가이지요. 지진은 지구 내부의 힘이 표면으로 나와서 땅이 갈라지며 흔들리는 현상이에요.
우리나라도 고대부터 지금까지 크고 작은 지진이 계속해서 일어나 이런저런 피해를 보기도 했어요. 삼국시대와 고려·조선시대에는 지진이 일어나면 나라에서는 특별한 행사를 열기도 했고요. 과연 지진이 나면 옛날 사람들은 어떤 행사를 열었을까요? 지진 때문에 벌어진 행사를 알아보러 역사 여행을 떠나볼까요?
◇779년, 신라의 도읍지 경주에서 지진이 일어나다
"폐하, 지난 새벽에 태백성이 달에 들어가는 현상이 일어났다고 하옵니다."
"그렇소? 아무래도 불길한 조짐 같소."
"도성에 지진이 일어나 많은 백성이 목숨을 잃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습니다."
"땅에서는 지진이 일어나고 하늘에서는 태백성이 달에 들어가는 현상이 일어나니 아무래도 대책을 마련해야겠소"
▲ 그림=이창우
779년 3월, 신라 제36대 임금인 혜공왕 때 신라의 도읍지인 금성, 즉 지금의 경주에서 지진이 일어났어요.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오늘날처럼 자세하게 알 수는 없지만 백성이 사는 집들이 무너지고, 100명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해져요.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달이 태백성 즉, 금성을 가리는 예사롭지 않은 천문 현상이 일어났고요. 임금은 국가에 어떤 좋지 못한 일이 생겨날까 걱정해 조정의 신하들에게 대책을 세우라고 했어요. 그 대책으로 백좌법회라는 것을 열었어요.
◇국가가 재난을 당했을 때 열리던 불교 행사
백좌법회는 많은 승려를 모아놓고 국가의 평안을 빌며 불경을 설명하는 모임을 말해요. 불상 100개와 보살상 100개를 절에 모시고, 높은 자리 100개를 마련해 덕이 높은 승려 100명을 그곳에 앉게 한 뒤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절에 모인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이지요. 이때 등불 100개를 밝히고, 100가지 향불을 피우며, 100가지 색깔의 꽃을 뿌려 부처님을 향한 공경의 마음을 나타냈죠.
신라에서 이처럼 백좌법회를 시작한 것은 6세기 중엽 진흥왕 때 고구려에서 신라로 귀화한 혜량 스님이라고 삼국사기에 전해져요. 그 뒤, 신라에서는 국가에 위기가 닥쳤거나 왕이 병이 들었을 때 또는 지진이나 홍수, 태풍 따위의 자연현상으로 큰 피해를 봤을 때 국가적인 행사로 백좌법회를 열었어요. 국가가 재난을 당했을 때 백좌법회를 열었던 풍습은 고려까지 이어졌고요. 한편 고려 때에도 지진이 일어나면 지내던 또 다른 행사가 있었어요. 해괴제라는 것이지요.
◇지진 같은 재난이 일어났을 때 지냈던 제사
'고려사'라는 역사책에 기록된 내용이에요. 고려 제8대 현종 때인 1023년에 일어난 일로 금주라는 곳은 지금의 경상남도 김해시를 말하지요.
해괴제(解怪祭)는 나라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을 때에 특별히 지내던 제사였어요. 궁궐에서 부엉이가 운다든지, 절의 불상이 땀을 흘린다든지, 바닷물의 색깔이 붉게 변한다든지 하는 등 나라 안에 괴이한 일이 생기면 제사를 지내 불길한 기운을 없애려 했어요.
해괴제라는 행사는 조선시대로도 이어졌어요. 지진이나 해일, 황사 등 자연에서 비롯된 재앙이 일어나면 나라에서는 그곳에 제사에 관한 일을 맡아보던 관리나 제사에 쓰이는 향과 제사글인 축문을 내려 해괴제를 지내게 했죠. 주로 조선 초기인 태종·세종·단종·세조 때 자주 지내던 것으로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돼 있어요.
◇재해를 대하는 임금의 자세
옛날 사람들은 지진이나 홍수, 가뭄이나 황사 같은 자연재해를 하늘의 꾸지람으로 생각했어요. 백성의 원망이 자연재해를 부른다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왕과 관리들은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말이나 행동을 조심했고, 가난하고 억울한 백성을 구제하는 데 힘을 썼어요. 억울한 백성의 소리를 귀담아들어야 백성의 원망 소리가 줄어들고, 하늘의 노여움이 풀려 나라가 평안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1478년 4월 초하루, 흙비가 내린 날에 조선 성종 임금은 신하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하기도 했어요.
"지난번에는 지진이 있었고, 이번 달에는 흙비가 내리니 이런 재앙들이 혹시 나의 잘못 때문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되오. 내가 백성의 사정을 살피지 않고 나랏일을 처리한 것은 없는지, 불공정하게 법을 집행해 억울하게 생긴 사람은 없는지, 어질고 훌륭한 사람 대신에 간사하거나 무능한 사람을 관리로 뽑은 것은 아닌지 말이오." 그러면서 성종은 신하들은 물론 일반 백성에 이르기까지 나라에 재앙이 일어난 이유와 이를 그치게 할 방법을 묻고 토론하게 했지요.
[함께 생각해봐요]
조선의 제9대 왕인 성종은 지진이 자주 일어나자 이를 정치를 잘못한 자신의 탓이라 여기고 크게 반성을 했다고 해요. 나라를 생각하며 백성을 돌보는 임금의 바른 자세라고 할 수 있죠. 이런 노력 덕분에 성종 임금은 여러 업적을 이뤄내기도 했어요. 성종 임금이 이룬 업적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아요.
지호진·어린이 역사 전문 저술가 |
감수=문동석 교수(서울여대 사학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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