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 소수림왕 때 불경·불상 선물
사신과 함께 보내진 승려 통해 중국의 새 종교 불교, 처음 알려져
평등·자비 가르침으로 삼는 불교… 나라의 평안 위해 받아들였어요
오늘은 이 땅에 부처님이 오신 것을 기념하는 날이에요. 부처님, 즉 불교를 처음 만든 석가모니가 태어난 때가 정확하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세계적인 불교 단체인 세계불교도우의회에서 1956년에 열었던 제4차 세계불교도대회라는 행사에서 석가모니가 기원전 624년에 태어난 것으로 공식적으로 정했어요. 부처님 오신 날은 5월 15일로 정했고요. 그러나 인도 등 불교를 믿어온 여러 나라에서 예로부터 음력 4월 8일을 부처님 오신 날로 기념해 왔고, 우리나라도 음력 4월 8일을 4월 초파일로 부르며 석가 탄신일로 기념하고 있죠. 그런데 우리나라에 불교가 처음 전해진 것은 언제쯤일까요?
◇전진에서 고구려에 보낸 선물
고구려는 제15대 미천왕 때인 313년과 314년에 중국의 한족 세력인 낙랑과 대방을 한반도에서 몰아내며 영토를 넓히고 국력을 키워갔어요. 그러나 제16대 고국원왕 때 서북쪽의 선비족이 세운 전연이라는 나라와 남쪽 백제의 침략을 받으며 위기를 맞게 되지요. 더구나 371년 겨울에 근초고왕이 이끄는 백제군이 평양성을 공격해오자 고국원왕은 직접 병사들을 이끌고 평양성 방어에 나섰다가 백제군이 쏜 화살에 맞아 큰 부상을 당하고 나서 죽음을 맞고 말아요.
▲ /그림=이창우
고국원왕이 죽음을 맞자 몸집이 크고 튼튼하며 지혜가 뛰어난 태자 구부가 왕위를 이었어요. 그가 고구려 제17대 왕인 소수림왕이에요. 소수림왕이 왕위에 오른 지 불과 1년이 지나지 않은 372년 여름에 전진의 왕 부견이 고구려에 특별한 선물을 보내왔어요. 전진에서 고구려에 보낸 선물은 다름 아닌 부처님의 모습을 조각한 불상과 불교의 가르침을 기록한 경전이었죠.
◇고구려, 불교를 받아들이다
전진(前秦)은 중국 5호 16국 시대에 등장했던 여러 나라 중의 하나예요. 저족의 추장 부건이 한나라의 수도였던 장안을 점령해 도읍으로 삼아 세운 나라였죠. 제3대 왕 부견 때는 국력을 크게 키워 370년에 고구려를 괴롭히던 전연을 공격해 멸망시켰고요. 이때 전연의 대신 모용평이란 인물이 고구려로 도망쳐 왔는데, 고국원왕은 그를 체포해 전진의 왕 부견에게 보냈어요. 그 일로 전진은 고구려와 가깝게 지내게 됐고, 소수림왕이 즉위하자 사신과 함께 승려를 보내며 불상과 불경을 보낸 것이에요.
"폐하, 전진의 왕 부견이 사신에 딸려 불교의 가르침을 배우고 전하는 승려를 보내왔어요."
"그렇소? 불교는 동진, 전진 등의 대륙에 있는 나라들이 열심히 믿는 새로운 종교 아니오?"
"그러하옵니다. 대륙에 있는 여러 나라 사이에 이미 불교가 널리 전파됐다 하옵니다."
"대륙의 여러 나라 왕들이 백성의 정신적인 통일을 위해 불교를 믿는 것을 장려한다고 하옵니다."
"그렇다면 이 기회에 우리 고구려도 불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 어떻겠소?"
◇고구려에 절이 세워지다
▲ /그림=이창우전진에서 고구려에 건너온 승려의 이름은 순도였어요. 어느 나라 사람인지 구체적인 기록은 없지만, 덕망이 높고 자비로운 인물로 그가 고구려에 왔을 때 고구려 신하들이 예의를 갖췄다고 해요. '삼국유사'에 의하면 이듬해인 374년에 아도라는 승려가 고구려에 왔고, 소수림왕은 375년에 초문사를 지어 순도를 머물게 했으며, 이불란사란 절을 지어 아도를 머무르게 했대요. 이것이 고구려 불교의 시작이고 우리나라에 불교가 처음 전해진 장면이에요. '해동고승전'이란 책에는 순도가 머문 절이 성문사라고 기록돼 있기도 해요.
고구려에 불교가 전해질 무렵, 중국 대륙은 크고 작은 나라들이 서로 다투며 흥하고 망하는 혼란이 거듭되는 시기였어요. 진(晉)나라가 멸망하고 나서 한족이 아닌 5개의 민족이 세운 13개의 나라와 한족이 세운 3개의 나라가 활동을 하던 시대로 이때를 5호 16국 시대라고 불러요. 연대로는 304~439년이고요.
◇백제와 신라에도 불교가 전해지다
5호 16국 시대에는 전쟁이 계속되면서 나라는 혼란스럽고 백성은 힘겨운 삶을 살아야 했어요. 이런 고달픈 현실을 벗어나 마음의 평화를 얻고자 백성은 평등과 자비를 가르침으로 삼은 불교를 종교로 널리 믿게 됐죠. 이 시대의 권력자들도 백성의 정신적 통일을 위해 불교를 적극적으로 장려했고요. 어떤 왕은 부처의 힘을 빌려 권력을 과시하려고 '왕은 곧 부처'라며 거대한 불상을 만들기도 했대요. 고구려의 소수림왕도 불교가 나라를 통치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여겨 적극적으로 불교를 받아들인 것이고요.
한편, 고구려와 맞서던 백제는 제15대 침류왕 때인 384년에 중국에서 전진과 세력을 다투던 동진(東晉)에서 온 승려 마라난타로부터 불교를 받아들이게 돼요. 마라난타는 인도 지역이나 중앙아시아 출신으로 짐작되는 인물로 해동고승전에 의하면 백제왕은 그를 궁중으로 맞아들여 예의를 갖춰 공경했다고 해요.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는 눌지왕(재위 417~458) 때 묵호자라는 인물이 고구려에서 내려와 불교를 전했다고 하지요. 그렇지만 그때까지 왕권이 약했던 신라는 귀족들의 반대에 부딪혀 불교가 인정받지 못하다가 법흥왕 14년(527)에 이차돈의 순교가 있은 다음에야 비로소 불교를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됩니다.
[함께 생각해봐요]
불교가 우리 땅에 전해진 지 1600여년의 세월이 흘렀어요. 고대 삼국과 통일신라, 고려 등 불교를 믿고 따르던 우리 조상은 찬란한 불교문화를 이룩했고, 훌륭한 문화유산을 셀 수 없이 남겼지요. 그중에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은 위대한 불교 문화유산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아요.
지호진 어린이 역사 전문 저술가 |
감수=최연식 교수(동국대 사학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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