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의 한국사

[뉴스 속의 한국사] 농사 짓고 세금 매길 때 썼던 산학, 포기하지 말아요

bindol 2021. 11. 6. 04:48

[조상들의 수학 사랑]

삼국시대에 산학 중요하게 여겨
백제·고구려인 구구단으로 곱셈… 수학 전문직 산학박사도 선발해

산학이 모든 일의 기초라 여긴 세종
'계몽산법'으로 수학 공부에 매진

지난달 새해를 맞아 발표된 교육부 2016년 업무계획에는 전국의 160만 중학생 가운데 약 18%인 28만명 정도의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를 10% 수준까지 줄이겠다는 내용이 있었어요. 한편 지난달 충남 부여 쌍북리 백제 유적에서 발굴된 구구단표 목간(木簡·문자를 기록하는 나뭇조각)이 진짜가 맞다는 확인 보도도 있었지요. 5년 전 기다란 나뭇조각에 붓글씨로 구구단 셈법이 적혀 있는 백제 유물이 발굴됐는데, 이러한 유물이 한반도에서 발견된 것은 최초였던 까닭에 과연 진짜가 맞는지 전문가들이 여러 차례 검토를 거쳤고, 마침내 진품으로 확인된 거예요. 이는 삼국시대 백제 사람들이 곱셈을 알았다는 의미가 되지요. 과연 우리 조상의 수학 실력은 어땠을까요?

수학 전문직 산학박사와 산원

백제 목간뿐 아니라 고구려의 광개토대왕릉비에도 구구단에 의한 숫자 표기가 등장한다고 해요.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에서는 전통적으로 수의 개념, 간단한 계산 방법·법칙 등을 통틀어 산술(算術)이라고 불렀답니다. 그리고 산술을 깊이 있게 다루는 학문을 산학(算學)이라고 했답니다.

 /그림=이혁

산학에 관한 문헌 기록은 삼국사기 통일신라 부분의 "산학박사 또는 조교 한 사람에게 '철경' '삼개' '구장' '육장'을 가르치게 한다"에서 처음으로 등장해요. 통일신라 성덕왕 때인 717년부터 나라의 교육기관인 국학에 산학을 가르치는 교수인 산학박사를 두고 학생들에게 산학·산술을 가르치게 했지요.

통일신라에서 수학 교육의 첫 삽을 뜨면서 교재로 쓴 철경·삼개·구장·육장은 고대 중국에서 펴낸 수학책이에요. 그중에 구장은 1세기 무렵 만들어진 '구장산술'을 의미해요. 9개의 셈법을 한 장씩 9장에 나누어 정리해 이런 이름이 붙었지요. 중국과 우리나라, 일본의 수학 발전에 큰 도움을 준 구장산술은 동양 수학의 고전이라고도 불리지요.

통일신라에 이어 고려시대에도 산학박사 제도가 있었어요. 고려의 국립교육기관인 국자감에 산학박사가 소속돼 산학을 가르쳤지요. 또한 기술직 관리를 뽑는 과거시험인 잡과 시험 중에는 계산 문제가 출제되는 명산업이라는 시험이 있었어요. 이 시험으로 산원이라는 회계 전담 관리를 뽑았지요. 산원은 여러 관청에 나누어 소속되어 나라 살림을 기록해 정확한 관리를 도왔어요.

조선시대에도 고려 때와 마찬가지로 수학 전문직인 산학박사·산원을 뒀어요. 육조 중 호조에 소속된 산학청이 산학 교육과 각종 회계 관련 업무를 맡는 국가 기관이었지요. 조선 초에는 산학박사를 선발하기 위해 양반 자제 가운데 과거시험과는 별도로 '취재'라는 임용시험을 치렀다고 해요.

세종대왕이 산학을 공부하다

조선시대 법전인 경국대전에는 산원의 채용시험 과목이 '상명산법' '양휘산법' '계몽산법' 이 책 세 권이라고 기록돼 있어요. 모두 중국의 유명한 수학책들이지요. 특히 계몽산법은 세종대왕이 공부한 수학책이기도 해요. 조선왕조실록에는 "임금이 계몽산을 배우는데, 부제학 정인지가 들어와서 질문을 기다리고 있으니, 임금이 말하기를, '산수를 배우는 것이 임금에게는 필요가 없을 듯하나, 이것도 성인이 제정한 것이므로 나는 이것을 알고자 한다'하였다"는 기록이 있어요. 이처럼 세종대왕은 모든 일의 바탕에 수학이 있다고 여기며 수학을 굉장히 중요시했답니다. 하늘에 뜬 해와 달의 움직임을 헤아려 농사를 짓는 데도 수학이 필요하고, 토지의 넓이를 측량하거나, 올해의 경작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에도 모두 수학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세종대왕은 '산학은 국가에 중요하니, 수학을 익히는 좋은 방법을 의논하여 아뢰라'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대요.

그렇다면 중국에서 유래한 것이 아닌 우리 조상이 직접 편찬한 수학책은 어떤 것이 있었을까요? 1600년대 조선의 수학자인 경선징이 '묵사집산법'이라는 책을 지은 것을 시작으로 조선시대에는 여러 권의 수학책이 편찬되었어요. 숙종 때 활약하며 생애 8번이나 영의정을 지낸 최석정은 중국 수학자들을 놀라게 한 천재였다고 전해지죠. 최석정은 '구수략'이란 수학책을 남겼어요. 최석정과 동시대에 어깨를 견준 이름난 수학자 홍정하는 '구일집'을 썼고요.

조선 후기 영조 때 실학자 홍대용은 '주해수용'을, 황윤석은 '산학입문' 등을 남겼어요. 현대의 수학자들도 그의 수학 실력에 놀란다는 1800년대의 중인 출신 수학자 이상혁은 '차근방몽구' 등의 수학책을 지었어요. 이상혁과 함께 연구한 남병길은 구장산술을 풀이한 책인 '구장술해'와 직사각형에 관한 문제와 풀이를 수록한 '유씨구고술요도해'를 편찬하기도 했어요.

이처럼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우리 조상의 수학 실력은 뛰어났답니다. 어린이 여러분도 수학을 포기하지 말고, 자부심을 가지고 수학 공부를 꾸준히 했으면 좋겠어요.

[수학 공부 이렇게 해보세요]

1. 자주 틀리는 개념이나 정리는 외운다.
2. 수능 수학의 경우 해답지의 면적이 적어 풀이 과정이 5줄 이내다.
3. 오답노트를 꼭 한다.
4. 기출문제를 많이 푼다.

기획·구성=김지연 기자

지호진 어린이 역사 전문 저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