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고와 해군기지]
통일신라시대 장보고, 청해진 세워
당나라·일본 해적 노략질 막고 두 나라 간 중계무역도 힘썼지만
중앙 귀족들 시기로 암살당하고 해군기지도 함께 사라지게 돼
지난달 26일 '21세기 청해진'이 될 제주 해군기지가 준공되었어요. 1조765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예산을 투입한 제주 해군기지는 민간 여객선과 해군의 함정이 모두 정박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의 경제력과 안보를 지키는 복합적인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된대요. 그런데 제주 해군기지를 설명할 때 비유되는 '청해진'은 어떤 곳이었을까요?
◇장보고, 해적 소탕을 결심하다
청해진은 9세기 통일신라 때 흥덕왕의 명을 받은 장보고가 지금의 전라남도 완도에 세운 해군 무역 기지랍니다. 청해진에 주둔한 장보고의 군대는 인근 바다에서 기승을 부리던 해적을 소탕해 신라인들이 안전하게 항해하고 당나라·일본·서역과 무역할 수 있게 도왔어요. 장보고는 바다의 군사·통상·항해권을 지배하는 해상권을 손에 넣어 당시 동아시아 일대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고 전해져요.
▲ 그림=이혁
장보고는 원래 평민 출신으로 790년쯤 전남 완도에서 태어났어요. 그는 수영을 잘하고 무예에도 뛰어났는데, 삼국사기에 따르면 특히 활을 잘 쏘았다고 해요. 하지만 골품제라고 불리는 신라의 신분제도 때문에 벼슬길에 오를 수 없었어요. 장보고는 20대 초반의 청년 시절 "당나라에서는 외국인일지라도 능력 있는 자에게는 벼슬을 준다"는 말을 듣고, 당나라로 배를 타고 건너갔어요. 그 후 그는 당나라의 한 지방 군대에 입대하여 여러 차례 공을 세웠고, 부하 수천 명을 거느리는 당나라의 장수가 되었어요.
당나라에서 능력을 인정받던 장보고는 해적들이 신라 양민들을 납치해 당나라에 노비로 파는 참상을 목격했어요. "내가 해적들을 소탕하겠노라!" 828년, 장보고는 당나라에서 모국인 신라로 돌아오기로 결정해요.
통일신라의 흥덕왕을 찾아간 장보고는 자신이 당나라에서 목격한 것에 대해 전했지요. 해적들이 신라 사람들을 잡아가서 노예로 팔거나 신라를 드나드는 배의 재물을 약탈한다는 것을 말이에요. "저에게 1만의 군사를 주신다면 우리나라 앞바다에 나타나 신라 백성을 괴롭히고 재물을 노략질하는 해적들을 모조리 쓸어버리겠습니다." 흥덕왕도 해적들의 기승을 막아야만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장보고에게 청해진을 세울 것을 허락하며 청해진의 대사(大使)로 임명했지요. 대사(大使)라는 벼슬은 평민 출신에게 관직을 내리기 어려웠던 신라의 제도로 볼 때 장보고에게만 내려준 예외적인 관직으로 짐작해요.
◇해상왕 장보고 바닷길을 열다
▲ 21세기의 청해진, 제주 해군기지 - 제주에 신설된 해군기지 덕분에 위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해군 출동에 걸리는 시간이 크게 줄었다고 해요. /해군 제공
장보고의 고향 전남 완도는 무역선과 이를 노리는 해적선이 드나드는 길목이었어요. 장보고는 이곳에 청해진을 설치해요. 우선 튼튼한 성을 쌓고, 항만 시설을 만들었어요. 또 함대를 정비하고, 병사들을 훈련시키며 해적 소탕을 준비했어요. "이제 해적들이 함부로 날뛰지 못할 것이다!"
장보고는 청해진 군사들을 이끌며 당나라 해적이건 일본 해적이건 가리지 않고 모조리 쓸어버렸어요. 그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의 바다를 누비며 무역선을 보호하고 당나라와 일본의 중계무역에도 힘썼어요. 덕분에 신라는 엄청난 돈을 벌었지요. 장보고가 청해진 대사로 있는 동안 동아시아는 안전한 바닷길이 열려 당나라·신라·일본 사이에 사신과 승려들의 왕래도 활발했지요.
그런데 장보고가 해상권을 장악하자 신라의 중앙 귀족들은 장보고를 위협 세력으로 간주하게 되었어요. "장보고가 군사들을 이끌고 경주로 쳐들어오면 어떡하지?" 장보고의 도움을 얻어 왕위에 오른 신무왕은 장보고의 딸을 자신의 아들과 결혼시켜 왕비로 세우겠다고 약속했지만, 신무왕의 뒤를 이은 문성왕은 중앙 귀족들의 반대를 핑계로 장보고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지요.
학계에서는 해외 기록을 감안해 841년(삼국사기에 따르면 846년) 장보고가 중앙 귀족들의 사주를 받은 염장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고 보고 있어요. 장보고가 사라지자 그가 세운 청해진도 문성왕 때인 851년 안타깝게 폐지되었지요. 최근 세워진 제주 해군기지도 청해진처럼 우리 국방과 경제의 요충지가 되길 기대해봅니다.
기획·구성=김지연 기자
지호진·어린이 역사 전문 저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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