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의 한국사

[뉴스 속의 한국사] 산 높낮이까지 표시… 현대 지도만큼 정확하대요

bindol 2021. 11. 6. 05:16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1861년 철종 때 처음 제작돼 한반도의 모습 정확하게 담겨 있어
색깔 칠한 희귀본 경매 출품 예정
일본, 지도 강국 조선 흔적 없애려 정부가 목판본 불태웠다 왜곡시켜

 오는 28일 경매에 붙여질 대동여지도 채색본은 군·현 등 지역 구별이 잘되도록 지도에 알록달록 색칠을 한 거지요. 대동여지도 채색본은 동양의 고서가 모여 있는 미 하버드 대 옌칭도서관 소장품을 포함해 전 세계에 총 3부밖에 없다고 알려졌어요.

오는 28일 서울 강남구의 한 미술품 경매장에 조선 최고의 지리학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채색본이 출품된다고 해요. 1861년 조선 철종 임금 때 목판본으로 제작된 대동여지도는 현재 20여 점 정도 남아 있어요. 이 중 3점은 국가가 지정한 보물이랍니다.

그런데 대동여지도는 역사적 가치가 워낙 높다 보니 김정호나 대동여지도에 대해 잘못 알려진 이야기가 종종 알려지는 경우도 많아요. 심지어 일제강점기 초등학교 교과서에는 김정호에 관한 잘못된 사실이 실렸다고 해요.

최고의 지도 만든 김정호, 일제가 왜곡해

대동여지도는 가로 약 20㎝, 세로 약 30㎝ 지도 22첩으로 되어 있어요. 전부 펼쳐 놓으면 가로 약 3.8m, 세로 약 6.7m의 한반도 지도가 돼요. 현대 지도와 견주어도 정밀함이 뒤지지 않아 조선 최고의 지도로 불려요. 길 위엔 10리마다 점을 찍어 놓았어요. 산의 높낮이에 따라 산줄기의 선 굵기를 달리한 것도 특징이에요.

1834년 김정호가 제작한 전국 지도 '청구도'에 친구인 실학자 최한기가 써 준 머리말이 남아 있어 김정호의 작업 방식이나 됨됨이를 부분적으로 알 수 있대요. "친구 김정호는 소년 시절부터 지도와 지리에 깊이 뜻을 두었다. 오랫동안 자료를 찾아서 지도 만드는 모든 방법의 장단점을 자세히 살폈다. 늘 한가한 때 연구하고 토론하였다."

1934년 조선총독부에서 만든 일제강점기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 '조선어독본'에는 김정호와 대동여지도에 대해 거짓으로 꾸며낸 이야기가 실렸어요. '김정호는 조선 지도가 모두 실제 땅과 딴판으로 틀리다는 것에 크게 실망하였다. 직접 지도를 만들기로 결심한 그는 팔도를 세 번 돌아다니고 백두산을 여덟 차례나 올랐다. (중략) 흥선대원군은 "함부로 이런 것을 만들어서 나라의 비밀이 다른 나라에 새어나가면 큰일 아니냐"며 대동여지도 목판본을 압수하고 김정호와 그의 딸을 옥에 가두었다. 그들은 고생을 하다가 통탄을 품은 채 죽고 말았다.

 그림=이병익

일제는 대동여지도 목판본을 조선 관청이 압수해 불태웠고, 러일전쟁·청일전쟁에서 일본군에 의해 쓰였으며, 토지조사 사업의 자료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퍼뜨리기도 했어요. 학자들에 따르면 일제는 우리 민족이 나라를 빼앗긴 원인을 조선 정부의 무능함에서 찾게 하고, 패배 의식을 갖도록 몰아넣어 독립 의지를 꺾으려 의도한 것이라고 분석된다고 해요.

조선은 지도 강국… 대동여지도 목판 압수하지 않았어요

지난 2001년 대한지리학회는 그동안 대동여지도에 대해 퍼져 나간 이야기들이 근거가 부족한 낭설(浪說·헛소문)이라고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어요.

조선은 지도를 만드는 기술과 능력이 뛰어났어요.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1402), 동국대전도(1755), 팔도총도(1530) 등 수준 높은 지도들이 대동여지도 이전에도 있었지요. 또 교통 사정이나 김정호의 경제 형편을 짐작해 보았을 때 백두산을 8번 오르고, 전국을 3번 돌았다는 건 믿기 어려워요. 어느 정도 현장 답사도 했겠지만, '청구도' 머리말에 나온 대로 자료를 연구하며 작업했을 가능성이 많지요.흥선대원군이 김정호와 그의 딸을 옥에 가두고, 대동여지도 목판을 압수해 불사르게 했다는 이야기도 사실이 아니래요. 지금까지 보존된 대동여지도는 불에 탄 흔적이 없이, 크게 훼손되지 않은 채 보관돼 있었거든요. 이전에도 정밀한 지도를 제작해왔던 조선에서 '비밀 누설'을 이유로 대동여지도만 파괴했을 가능성도 낮고요.

다만 김정호의 출생 연도와 사망 연도, 출생지, 신분 관계와 교우 관계는 정확히 알아내지 못했다고 해요. 그의 삶은 여전히 오리무중(五里霧中·5리나 되는 안개 속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태)인 것이지요. 그가 만든 수많은 지도·지리지의 연대를 보았을 때, 순조·헌종·철종·고종까지 4대 왕에 걸쳐 장수했을 가능성도 있답니다.

기획·구성=김지연 기자

지호진·어린이 역사 전문 저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