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조선의 의료제도]
고려, 빈민 치료 위해 '제위보' 설립
무상 의료기관 '혜민국' 등도 세워
조선, 女환자 위해 의녀도 길러내
'동의보감'으로 동양 의학 집대성
최근 '문재인 케어'에 반대하는 의사들이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를 벌였어요. '문재인 케어'란 초음파 등 그동안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았던 의료 행위에도 보험을 적용해 국민들 의료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내용이에요.
이처럼 요즘 사람들은 아프면 건강보험 등의 보조를 받아 병원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진료를 받아요. 그렇다면 과거에도 일반 백성들이 이용할 수 있는 의료시설이나 제도가 있었을까요?
◇고려 때 생겨난 태의감과 상약국
1123년 중국 송나라 서긍이라는 인물이 고려에 사신으로 왔어요. 그는 고려 도읍지인 개경에 한 달 정도 머무르면서 보고 들은 여러 가지 일들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해 책으로 펴냈답니다. 이를 '고려도경'이라고 불러요. 이 책에서 그는 고려의 의료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했어요.
"고려는 본래 귀신을 숭상해서 음양(陰陽)에 얽매입니다. 그래서 병이 나도 약을 먹지 않습니다. 부모 자식이나 가까운 친척일지라도 눈으로 보지 않고 오로지 주술을 걸어 질병을 억누를 뿐입니다."
▲ /그림=정서용
당시 백성들은 병이 생기면 의료인이 아니라 무속인을 불러 환자의 몸에 손을 대고 주문을 외우는 식으로 치료를 했다는 거예요. 그렇다면 고려 시대에는 정말 병을 치료해주는 의사나 의료시설이 없었을까요?
고려 제7대 임금 목종은 병을 고쳐주는 의료시설에 대해 다음과 같은 명령을 내렸어요.
"왕실의 의약과 질병에 관한 업무를 총괄해 맡아보는 기관을 정비하는 것이 좋을 듯하오. 더불어 전문적으로 의료 교육을 담당하게 하여 훌륭한 의원을 길러내면 어떻겠소?"
그리하여 태의감(太醫監)과 상약국(尙藥局)이라는 왕실 의료기관이 생겨났답니다. 태의감은 왕실 사람들의 질병 치료를 맡아보면서 동시에 의료인을 교육하는 기관이었어요. 상약국은 왕실에서 사용하는 약을 만드는 관청이었지요. 이때가 1000년 무렵이었는데, 이미 의료를 담당하는 총괄기관이 있었던 거예요.
일반 백성들을 치료해 주는 의료시설도 있었어요. 963년 고려 제4대 임금 광종 때 제위보(濟危寶)라는 기관이 설치됐어요. 가난한 백성들을 돕고 질병을 치료해 주기 위한 재원을 보관하고 사용하는 일종의 '재단'이었다고 해요. 1112년엔 백성을 위한 전문 병원인 혜민국(惠民局)을 만들었는데, 이곳에선 빈민들을 치료해 주고 약도 지어 주었어요. 모든 진료는 무상이었지요.
또 고려는 대비원(大悲院)이라는 기관도 설치했는데, 병이 생겼지만 치료나 간호를 해줄 이가 없는 사람들을 치료해 주고 돌봐 주었답니다. 개경의 동쪽과 서쪽 두 곳에 있어서 보통 '동서대비원'이라고 불렀고 서경(오늘날 평양)에도 분사(分司)가 있었지요.
◇건강보험과 비슷한 '약국계'
이러한 의료제도는 조선 시대로 이어졌어요. 왕실 의료를 담당했던 태의감은 내의원으로, 제위보 기능은 재생원으로, 혜민국 기능은 혜민서로, 동서대비원은 활인서로 계승됐지요. 특히 재생원에서는 여자들의 질병 치료를 위해 특별히 여성 의사인 의녀(醫女)를 길러내기도 했답니다.
1610년 허준이 '동의보감(東醫寶鑑)'을 지으면서 병의 증상에 따라 침이나 뜸을 뜨고 약을 조제하는 방식이 자리잡기 시작했지요.
비슷한 시기 오늘날 건강보험과 비슷한 제도가 강원도 강릉 지방에 있었는데요. 바로 '약국계(藥局契)'예요. 의료에 대한 도움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계로 1600년대 강릉 지방에서 처음 만들어졌는데 240여 년간 지속됐다고 전해지고 있어요.
조선 시대에는 한양(오늘날 서울)이 아니면 제대로 된 의원을 만나거나 약을 구하기가 힘들었어요. 그래서 강릉 등 일부 지방에선 형편이 넉넉한 사람들이 모여 의원을 불러오거나 한양에서 약을 사오는데 필요한 경비를 거두고 그 돈으로 계원들이 함께 의료 서비스를 받았답니다. 약국계에 고용된 의원은 민간 진료를 담당하며 때로는 의학을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을 가르치기도 했다고 해요.
오늘날 우리나라 의료보험 제도는 미국 등 많은 선진국이 부러워하는 제도로 유명해요. 1977년 처음 도입한 후 12년 만에 모든 국민을 포괄하는 공공 의료보험 제도로 발전했기 때문이지요. 우리나라 국민들은 매달 일정한 보험료를 내면 다른 나라 국민들보다 더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답니다.
[허준 '동의보감']
내의원 어의(御醫)로 활약했던 의학자 허준(1539~1615)이 집필한 우리나라 의학 서적이에요. '동의'란 동쪽의 의학, 즉 '조선의 의학 전통'을 뜻하고 '보감'이란 '보배스러운 거울'이라는 뜻이지요.
선조 임금의 명령으로 집필을 시작해 중국·조선의 각종 의서 500여권을 고증했고, 허준의 학식과 경험을 결합해 우리 몸의 질병과 예방법, 치료법, 약을 만드는 방법 등을 담았어요. 백성들도 약초를 구해 간단하게 병을 치료할 수 있도록 한글로 약재 이름을 썼지요. 2000여년에 걸친 동양 의학을 집대성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답니다.
지호진 어린이 역사 저술가 기획·구성=박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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