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의 한국사

[뉴스 속의 한국사] 나선정벌 때 첫 접촉… 러, 19세기 연해주 얻으며 국경 맞대

bindol 2021. 11. 9. 04:11

[우리 역사 속 러시아]
청, 정벌 도움 요청하자 조총수 파견… 200년 후엔 러시아와 수교 맺었죠

요즘 전 세계의 눈과 귀가 러시아에 쏠려있죠. 얼마 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비핵화와 두 나라의 경제 협력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어요. 유럽과 아시아 두 대륙에 걸친 넓은 영토를 갖고 있는 러시아는 우리나라 근대사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러시아는 우리나라 역사에 언제 처음 등장했을까요? 또 우리 근대사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조선 임금에게 도착한 청나라 서신

1654년 2월, 조선의 조정에 청나라 사신이 도착했어요. 사신은 임금과 신하들 앞에 다음과 같이 적힌 외교 문서를 올렸지요. "조선에서 조총을 잘 쏘는 사람 백 명을 보내시오. 나선을 정벌하기 위함이오." 그러자 당시 임금이던 효종이 청나라 사신에게 물었죠. "나선이 무엇이오?" 사신은 효종에게 이렇게 대답했어요. "영고탑 앞에 별종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나선입니다." 영고탑은 중국 북동쪽 변방에 위치한 헤이룽장성에 있는 도시를 일컫는 말이었어요.

 /그림=정서용

효종은 병자호란으로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갔다가 9년 만에 귀국해 1649년 왕위에 오른 조선 제17대 왕이었어요. 그는 군사력을 길러 조선에 정치적 간섭을 하는 청나라를 정벌할 계획을 세웠어요. 군사 조직을 정비하고 조총과 화포 등 신무기를 도입해 사격술에 뛰어난 군사들을 길러냈어요. 그런데 청나라에서 나선을 물리치는 데 도움을 달라며 조선의 총 잘 쏘는 병사들을 보내달라고 요청한 거예요.

◇나선은 러시아 사람이란 뜻

나선(羅禪)은 러시아 사람을 한자음으로 표기한 거예요. 당시 청나라는 북동쪽 지방으로 진출한 나선인들을 몰아내려다 나선 군대와 충돌 했지요. 신식 총과 대포로 무장한 나선 군에게 계속 패하자 사격술이 뛰어난 조선의 병사들을 보내 도와달라고 한 거예요. 효종은 결국 청나라 정벌을 위해 훈련 중이던 조선의 조총수 100명을 청나라 황제 요구대로 청에 지원해 주었어요. 이를 기회로 조선 군대의 능력을 시험해보고 청의 군사 정세를 탐지하려는 목적도 있었겠지요. 조선 조총군의 눈부신 활약으로 청나라는 나선 군대를 물리칠 수 있었습니다. 또 1658년에는 조총수 200명을 보내 청나라 군대와 연합해 나선 함대를 물리치기도 했어요. 효종 때 두 번에 걸쳐 일어난 이 사건을 나선 정벌이라고 부릅니다. 조선과 러시아 사이에 가장 처음 일어난 사건이지요.

제2차 나선 정벌 때 활약을 펼쳤던 신류 장군은 이때의 전투 상황을 '북정록'이라는 일기로 기록해 남기기도 했어요. 조선 병사들은 러시아 사람들을 처음 봤을 때 키가 너무 커서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아관파천과 러일전쟁

그로부터 약 200년 뒤인 1860년, 러시아는 이미 영토를 크게 넓혀 제국으로 성장했지요. 러시아는 청나라와 영국·프랑스 사이에서 분쟁을 중재한 대가로 청나라 지배 아래 있던 연해주를 자기들 영토로 얻었어요. 연해주를 얻은 러시아는 두만강을 경계로 조선과 국경을 접하게 됐죠. 그때부터 러시아와 우리 근대사가 깊은 관계를 맺게 돼요.

조선은 1876년 일본과 강화도조약을 맺으며 외국에 문호를 개방했어요. 그 후 미국, 영국, 독일 등 서구 열강과 차례로 통상조약을 맺었고 러시아와는 1884년에 수호통상조약을 맺었지요. 그 후 10년 뒤, 조선의 지배권을 놓고 청과 일본이 전쟁을 벌입니다.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청으로부터 랴오둥반도를 차지하려고 하자 러시아는 프랑스, 독일과 함께 이를 반대했어요. 당시 러시아는 만주로 진출할 계획이 있었는데 일본이 청의 영토를 차지하면 위협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고종과 명성황후는 러시아를 방패 삼아 일본을 견제하려고 했죠. 조정에는 러시아와 친한 세력이 들어왔어요.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일본은 명성황후를 암살하는 을미사변을 일으켰습니다. 신변에 위협을 느낀 고종은 이후 러시아 공사관에 1년 정도를 머무는데, 이를 아관파천이라고 불러요. 1904년이 되자 이번엔 만주와 한반도 지배권을 두고 러시아와 일본이 전쟁을 벌여요. 여기서 일본이 이기면서 러시아는 한반도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연해주, 한때 발해 땅이었어요]

연해주의 대표 도시는 '동방을 지배하라'는 뜻을 갖고 있는 블라디보스토크예요. 연해주는 한때 발해의 일부 영토이기도 했죠. 발해가 멸망한 뒤에는 이곳을 관리하는 나라가 없다가 중국 명나라와 청나라의 지배를 받았어요. 조선 효종 때 나선정벌이 일어났던 곳이기도 해요.

1860년 베이징조약으로 러시아 땅이 되었고요. 1863년 조선의 농민 13가구가 두만강을 건너 연해주로 이주해 살기 시작했어요. 대한제국에서 일제강점기로 이어지는 어두운 나라의 현실을 배경으로 한국인 이주가 점점 늘어 많은 교포가 살게 됐어요. 헤이그 특사로 활약했던 이상설을 중심으로 1914년 대한광복군 정부라는 임시정부가 들어서기도 했지요.


지호진 어린이 역사 저술가 기획·구성=유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