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 속 법률
오늘은 제헌절이에요. 대한민국 첫 국회가 우리 헌법을 만들어 널리 알린 것을 기념하는 날이지요. 사람들이 모여 사회를 이루면 질서를 지키기 위해 기준과 규범을 정해요. 그중 사람들이 강제적으로라도 꼭 지켜야 할 것을 정했는데 이를 법이라고 하지요. 법 중에서도 헌법은 가장 최고의 법이에요.
헌법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과 국가기관의 조직과 권한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어요. 우리 역사에서도 무척 오래전부터 백성들이 꼭 지켜야 할 법률을 만들어 나라를 다스리는 바탕으로 삼았어요. 우리 역사 속에는 어떤 법들이 있었고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인 헌법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법다운 법'은 신라 때 등장
'살인을 한 자는 사형에 처한다' '남을 다치게 한 자는 곡식으로 보상한다' '남의 물건을 훔친 자는 그 물건의 주인집 노예가 되어야 한다. 만약 풀려나려면 50만전을 내야 한다'… 중국의 역사책 '한서'의 지리지에 전하는 내용이에요. 우리 역사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의 법으로, 3개 조항만 전해지지만 원래는 8개 조항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 '8조법'이라고 부르죠. 부여와 고구려에도 비슷하게 '살인한 자는 죽이고 그 자는 노비로 삼는다'는 법이 있었어요. '도둑질한 자는 12배로 갚아야 한다'고도 했죠. 그래서 '1책 12법'이라고 불렀습니다.
▲ /그림=정서용
삼국시대 때 왕권이 강화되고 중앙집권 체제를 갖추면서 드디어 법률다운 법률이 등장했어요. 율령은 율(律)과 영(令)을 합친 말인데 율은 오늘날 형법, 영은 오늘날 행정법이라 할 수 있어요. 백제는 고이왕 때인 260년, 고구려는 소수림왕 때인 373년, 신라는 법흥왕 때인 520년에 율령을 반포했어요. 수·당나라 때 완성한 법률 제도를 고구려·백제·신라 세 나라가 받아들여 국가 통치의 바탕으로 삼은 것이에요.
◇조선의 기본 법전 '경국대전'
고려시대엔 당나라 법률을 고려의 실정에 맞게 정리한 71개조 법률이 있었어요. 조선시대에는 세조 때 조선의 정치 제도와 사회 현실에 맞게 '경국대전'이라는 기본 법전을 만들기 시작해 성종 때 편찬했지요. 그 뒤로 '속대전' '대전통편' 등 여러 법전의 내용을 종합하고 시대 흐름에 맞게 여러 조항을 빼고 더해 고종 때인 1865년 '대전회통'이라는 법전을 만들었어요.
조선은 먼저 근대화를 이룬 일본의 강압에 따라 외국에 항구를 개방하면서 서구 문물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어요. 그 후 근대화 물결 속에 여러 사건이 일어납니다.
급진 개화파들이 명성황후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 갑신정변(1884년)을 일으켰어요. 농민들을 못살게 구는 관리들의 부정부패에 맞서 새 세상을 만들자며 일으킨 동학농민운동(1894년), 청나라 군대와 일본군이 서로 조선을 지배하기 위해 벌인 청일전쟁(1894~1895년)도 이어졌지요.
◇갑오개혁과 '홍범 14조'
청일전쟁에서 이긴 일본은 노골적으로 조선의 내정에 간섭을 했어요. 일본과 가까운 개화파 대신들을 앞세워 친일 내각을 만들었지요. 그러면서 조선에 개혁을 강요했는데, 청으로부터 독립을 도와주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사실은 자기들이 조선을 침략해 지배하기 쉽게 조선의 제도와 법을 바꾸려는 속셈이었지요.
이 개혁은 군국기무처라는 임시 기관의 주도로 실시됐는데 갑오년인 1894년에 시작한 개혁이라 해 '갑오개혁'이라고 불러요. 과거제를 폐지하고, 왕실 사무를 담당하는 궁내부를 만들며, 양반과 상민의 구분을 없애며 노비 매매를 금지하는 등 사실상 신분제도를 없앤 것이 주요 내용이에요.
갑오개혁이 한창 실시 중이던 1895년 1월, 고종은 주한 일본 공사와 내부대신 박영효의 권유에 따라 사직단에 행차해 갑오개혁의 개혁 정신을 문서로 밝힌 '홍범 14조'를 선포합니다. 왕실 사무와 국정 사무를 구분하고, 외척의 정치 간섭을 금지하는 등 당시로서는 매우 혁신적인 내용이었죠. 이 홍범 14조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헌법이었습니다. 홍범(洪範)은 유교 경전 '서경'에 나오는 말로 천하를 다스리는 큰 원리, 큰 규범을 뜻한다고 해요.
그러나 이 개혁안은 오히려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는 데 이용됐고, 명성황후 시해사건인 을미사변(1895년)과 조선 민중들의 반발로 이어졌답니다.
['홍범 14조' 내용]
▲청에 의존하는 생각을 끊고 자주 독립의 기초를 세운다. ▲왕은 각 대신과 의논해 정치를 하고 종실·외척의 정치 관여는 용납하지 않는다. ▲왕실 사무와 국정 사무를 혼동하지 않는다. ▲납세는 모두 법으로 정하고 함부로 세금을 거두지 못한다. ▲왕실의 경비는 솔선하여 절약하고, 이로써 각 아문과 지방관의 모범이 되게 한다. ▲지방 관리의 권한을 제한한다. ▲우수한 젊은이를 외국에 파견해 배워 오게 한다. ▲민법, 형법을 만들어 인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 ▲문벌을 가리지 않고 널리 인재를 등용한다.
지호진 어린이 역사 저술가 기획·구성=유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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