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別曲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67] 西北에 부는 돌궐 바람

bindol 2021. 11. 26. 06:00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67] 西北에 부는 돌궐 바람

입력 2021.11.26 00:00
 

“하늘은 파랗고, 들판은 아득한데, 바람에 풀이 엎드리니 소와 양이 보인다(天蒼蒼, 野茫茫, 風吹草低見牛羊)”는 옛 노래가 있다. 유목 민족의 노랫말을 한자로 옮긴 내용이다. 큰 초원이 발달한 서북 지역의 풍광을 말할 때 요즘도 중국인들이 즐겨 읊는 구절이다.

일러스트=백형선

그러나 서북 지역은 장성(長城) 남쪽 지역에 살던 이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가을이 닥치면 그곳에서 벌어질 전쟁 걱정이 앞섰으니 말이다. 앞서 소개했듯, 성어 천고마비(天高馬肥)는 그래서 가을의 도래와 곧 벌어질지 모를 전쟁의 공포감이 깃든 말이다.

날래고 사나운 북방 이민족은 중국인에게 ‘악몽’ 그 자체였다. 대표적 북방 민족은 우선 흉노(匈奴)다. 춘추전국시대를 거쳐 최초 통일 왕조인 진(秦), 다음을 이은 한(漢)에도 짙은 공포를 드리웠던 집단이다.

몽골(蒙古)은 더 큰 압력이었다. 줄곧 서북 지역을 침입하다가 중국 땅에 아예 원(元)이라는 왕조를 세워 운영했다. 동북에서 발흥한 만주족의 청(淸) 왕조가 결국 지금의 서북 지역을 모두 정복함으로써 그곳에 대한 중국인의 두려움은 겨우 사라졌다.

 

흉노와 몽골 못지않게 중국 서북 지역에서 맹활약하던 이들이 돌궐(突厥)이다. 지금은 중앙아시아 지역과 터키에서 명맥을 유지한다. 그 돌궐 문화권이 부활하고 있다. 얼마 전 터키를 중심으로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아제르바이잔 등 여섯 나라가 경제·군사로 뭉치는 ‘돌궐 국가 연맹(Organization of Turkic States)’이 출범했다. 국제 지정학적으로 큰 변수다.

중국도 긴장감을 부쩍 높이고 있다. 이 돌궐 문화권과는 언어 및 혈통적으로 유대를 부인하기 어려운 서북 변경 ‘신장(新疆) 위구르’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인권침해 이슈가 걸린 이곳에 돌궐의 새 ‘서북풍’이 가세했다. 태평양 건너온 미국발 동남풍이 이미 아주 사나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