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세상을 말하다] 鮮克有終<선극유종>
한자세상 12/12
춘추시대 진(晉) 영공(靈公)은 군주답지 않았다(不君). 많은 세금을 거둬 담장 치장에 썼다. 곰 발바닥 요리가 익지 않았다며 요리사를 죽였다. 멍석에 말은 주검을 부인에게 들고 조정을 지나게 했다. 조돈(趙盾)과 사계(士季)가 시신의 손을 봤다. 영공의 행실을 걱정했다.
조돈이 간언에 나섰다. 사계가 말렸다. “당신이 바른말을 하고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뒤이어 간언할 사람이 없소. 내가 먼저 나서겠다.” 사계가 비판하자 영공은 “내 잘못을 안다. 장차 고치겠다”고 했다. 사계가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누군들 잘못이 없겠습니까. 잘못을 고칠 수만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습니다. 『시경(詩經)』에 ‘누구나 시작이 없지 않지만, 끝이 좋은 사람은 드물다(靡不有初 鮮克有終·미불유초선극유종)’고 했습니다. 군주가 허물을 고치면 사직은 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공은 변하지 않았다. 조돈이 간언했다. 영공은 비난이 싫었다. 힘이 쎈 서예(鉏麑)에게 조돈을 제거하라 명했다. 서예가 새벽녘 조돈의 집을 찾았다. 침실 문으로 엿보니 조돈이 관복을 말끔히 입고 앉은 채 토막잠을 자고 있었다. 이를 본 서예가 돌아 나오며 “(조돈이) 임금 섬김을 잊지 않으니 백성의 주인이라 할 만하다. 백성의 주인을 해치면 충성스럽지 못하다. 임금의 명령을 어기면 신의롭지 못하다. 하나만 취한다면 내가 죽느니만 못하다.” 서예는 회화나무에 머리를 찧어 자결했다.
조돈의 조카 조천(趙穿)이 복숭아밭에서 영공을 시해했다. 조돈이 국경을 건너기 전에 소식을 듣고 돌아왔다. 사관 동호(董狐)가 “(조천 아닌) 조돈이 임금을 시해했다”고 적었다. 조돈은 “아니다”라며 부정했다. 동호는 “고위 관리인 그대가 국경을 넘지 않고 돌아왔으나 역적을 토벌하지 않았다. 자네가 아니면 누가 시해자인가”라 말했다. ‘동호직필(董狐直筆)’의 고사다.
공자(孔子)는 “동호는 훌륭한 사관이었다. 법도에 따라 적었다. 숨기지 않았다. 조돈은 어진 대부였다. 역사가의 글쓰기를 존중해 임금을 시해했다는 오명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2600여 년 전 『춘추좌전(春秋左傳)』 선공(宣公) 2년(기원전 607년) 편의 이야기가 새롭게 되읽히는 요즘이다. 다사다난했던 경자년이 곧 저문다. 끝은 늘 나쁘다는 ‘선극유종’이라지만 예외 없는 법칙은 없다. 송구영신(送舊迎新).
신경진 중국연구소장·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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