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72] 깊어지는 겨울의 고독
겨울과 고독의 정서를 멋지게 엮은 중국 시가(詩歌)로는 당나라 유종원(柳宗元)의 ‘강설(江雪)’을 우선 꼽고 싶다. 정치적 이유로 좌천당한 그가 사실상 ‘구금(拘禁)’에 가까운 생활을 하던 무렵 쓴 시다. “모든 산에 새들이 날지 않고, 온 길에 사람 발길 끊겼다(千山鳥飛絶, 萬徑人踪滅)”로 시작한다. 이어 “외로운 배의 도롱이와 삿갓 걸친 노인, 눈 내리는 차가운 강에서 홀로 낚시 드리운다(孤舟蓑笠翁, 獨釣寒江雪)”고 맺는다.
첫 두 구절의 끝을 ‘사라지고 없어지다’라는 뜻의 절멸(絶滅)로 닫았다. 이어 ‘외롭다’의 고(孤), ‘홀로’의 독(獨)이 등장한다. 겨울의 적막함, 차갑고 시린 분위기, 홀로 서 있는 사람의 외로운 형상이 한 폭 그림처럼 떠오른다. 모진 시련을 끝내 버텨내고자 하는 사람의 의지가 우선 느껴지는 명시다. 그러나 ‘나 홀로’가 지나치면 또한 화근으로 작용할 경우가 많다. 제 혼자만의 고집과 주장으로 집단의 화합을 깨는 사람을 우리는 독불장군(獨不將軍)이라고 한다.
외나무다리는 한자로 독목교(獨木橋)다. 중국인들은 크고 넓게 펼쳐진 길의 대명사인 ‘양관대도(陽關大道)’를 그 반대말로 삼는다. 이는 당나라 무렵 서역(西域)으로 나가던 요새, ‘양관’으로 뻗어있던 탄탄대로다. 어둡고 좁은 길과 당당하며 멋진 길의 대비다.
어려운 지경에 처했어도 제 뜻을 갈고 닦으면 독선(獨善)이다. 그러나 역시 지나치면 금물이다. 홀로 끊고, 멋대로 자르는 독단(獨斷)과 독재(獨裁)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로써 일을 삼으면 독부(獨夫)라는 이름도 얻는다.
미국과 격돌하는 등 중국은 서방 세계와 순조로웠던 교류의 길을 닫아가고 있다. 내년에도 그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개혁·개방의 대로를 버리고 스스로 다가선 외나무다리 길이다. 그로써 중국의 외로운 ‘겨울 낚시’는 제법 길어질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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