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85] 들판에 번지는 불길
큰 벌판이 적잖은 중국에서는 뭔가 널리 퍼지는 것에 대한 주의(注意)가 늘 따랐다. 우선 ‘바람[風]’을 꼽을 수 있다. 앞으로 닥칠 현상의 조짐으로도 쓰이지만, 때로는 널리 퍼지는 무엇을 가리킨다. 물이 도저하게 흘러 퍼지는 ‘유행(流行)’ 개념이다. 바람 따라 이곳저곳에 번져 일정한 습속으로 자리 잡으면 풍습(風習)이나 풍속(風俗)이다. 풍미(風靡)라는 단어는 불어오는 바람의 결을 따라 풀이 납작 엎드리는 경우를 그렸다. 번짐이 크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불씨가 번져 들판의 풀을 태우는 일을 지칭하는 말도 있다. 막아내기 매우 힘든 상황을 설명할 때 잘 쓴다. 유교 경전인 ‘서경(書經)’에 등장한다. 들판을 태우는 불길, 요원지화(爎原之火)라는 성어로 적는다. 만연(蔓延)도 비슷하다. 넝쿨 등이 조금씩 자라다가 더 큰 면적을 차지하는 상황을 일컫는다. 초목의 일종인 띠의 하얀 꽃이 들판에 맹렬하게 퍼지는 모양은 여화여도(如火如荼)라고 표현한다.
물길이 차츰 번지다가 아예 큰 변화로 이어지는 상황은 연변(演變)이다. 서양이 민주와 자유의 가치를 이식해 자기들을 변화시키려 한다는 음모론을 중국 당국은 ‘화평연변(和平演變)’이라며 대단히 경계한다. 모두 유행, 전파(傳播) 또는 전염(傳染) 등을 가리킨다.
너른 땅에 번지는 낯선 요소에 대한 중국인들의 우려는 늘 깊다. 견고한 담을 쌓아 그를 막으려는 방어 심리는 예나 지금이나 같다. 그러나 코로나19를 향한 당국의 대처는 퍽 우악스럽다. 무조건 도시나 구역을 봉쇄하고 사람들을 격리한다.
그 나름대로 효과를 거뒀지만 결국 요즘의 재확산을 못 막았다. 인구 2500만명의 상하이(上海)가 봉쇄에 들어가고 곳곳이 난리다.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이라서 여파가 대단할 듯하다. 집권 공산당의 통치력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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