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천석 칼럼] 당선인에게 前任者 감옥 보내지 않을 길 터 주라
공포심에 갇힌 거대 야당은 국정운영 거대 暗礁
尹, 帝王的 대통령제 마지막 대통령 각오로 改憲 마음에 둬야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당선됐더라도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소동이 벌어졌을까. 민주당도 ‘그렇다’고는 말하지 못할 것이다. 이재명 당선인 아래서 민주당은 검찰이란 칼을 써서 윤석열과 그 부인 문제를 어떻게 요리할까 궁리했을 것이다. ‘20년 집권’ 포부를 향해 보수의 뿌리까지 캐버리겠다며 보무당당(步武堂堂)하게 행진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국민의 힘으로선 172석의 거대 여당을 상대하기는 중과부적(衆寡不敵)이다. 요행히 이 상상은 빗나갔다. 검수완박 소동은 정권을 상실한 데 대한 두려움, 윤석열 당선인 등장에 대한 공포 반응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민주당 원내대표는 검찰 수사권 박탈 작전의 여의도 현장 지휘관이다.
지난달 대표로 선출되고 첫마디가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상임 고문을 반드시 지켜내겠다’였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며 의원들을 독려했다.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지 않으면 문재인 청와대 사람 20명이 감옥 갈 수 있다’는 말로 의원들 등을 떠밀었다.
돌격대 노릇 한 의원 상당수는 피의자로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사실 민주당 행동은 모래 속에 머리를 처박고 몸을 숨겼다고 여기는 타조와 같다.
바뀐 정권에서 공수처와 경찰이 몇 배 지독할지 모른다.
20일 후면 야당이 될 민주당을 움직이는 제1 동력(動力)은 공포심이다.
문제는 민주당의 두려움이 근거 없는 두려움이 아니라 근거 있는 두려움이라는 것이다. 국민들은 민주당 정권이 지난 5년 동안 해 온 일을 알고 있다. 그에 대한 반발과 분노가 경력이라곤 검사·서울검사장·검찰총장뿐인 왕초보 정치인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여러 사건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 발자국이 대통령에 닿는다. 살아 있는 정권 비리는 빙산(氷山)과 같다. 9할은 물 아래 잠겨 있다. 물 위로 떠오르면 무슨 모습일지 짐작하기 어렵다. 그에 연루(連累) 된 청와대 사람 수십 명은 지금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있다. 소비자를 울린 대형 금융 비리 사건의 배경으로 이 정권 고위직 여러 이름이 오르내리다 사라졌다.
87년 현행 헌법이 정착된 이후 여러 정권이 들고 나갔지만 지금처럼 소란한 권력 이행기(移行期)는 없었다. 권력을 내려놓으면 누구나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인다. 그래도 권력을 내준 후 입을 갑옷을 재임 중 제 손으로 만든 정권은 없었다. 민주당은 염치를 지키고 체면을 돌볼 처지가 아니다. 이 정권이 더 큰 공포심에 내몰린 건 경쟁자에게 매몰차고 자기편에겐 후(厚) 했던 이중 잣대 탓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전임자를 감옥에 두고 퇴임하는 첫 대통령이다. 입과 손의 거리가 멀고 멀었다. 위선(僞善)에는 저지른 일에 대한 죗값에 더해 미움이라는 추가 벌칙이 얹힌다.
당선인이 취임 후 두려움에 사로잡힌 거대 야당을 상대하기는 해도(海圖)에 표시되지 않은 암초(暗礁)를 피해 가기보다 어려울 것이다. 대통령도 총리도 비서실장도 정치를 모른다. 지금은 그걸 장점이라고 여길지 몰라도 큰 착각이라는 걸 곧 깨닫게 된다. 공포심에 사로잡힌 상대는 겉과 속이 달라진다. 그걸 뚫어봐야 거대 야당의 벽을 넘을 수 있다. 상대의 공포심을 이용하라는 게 아니라 그런 현실을 똑바로 보라는 것이다.
역설(逆說)로 들리겠지만 다음 정권에서 민주당의 집단적 공포심을 덜어줄 인물은 윤석열 당선인 말고는 없다. 적폐 청산의 큰 칼로 두 전 대통령을 감옥에 보냈던 시절 요란한 박수 갈채를 받았고 그 박수가 얼마나 허망한지 알고 있다. 전임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는 대통령은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그보다 절실할 수는 없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 위기에 몰려 사임한 닉슨 대통령을 사면했던 후임자 포드는 바로 그 때문에 재선에 실패했다. 정권의 피해자들이 들고일어나는 상황에서 ‘이 선(線)은 넘지 말자’며 지지자를 설득하는 데는 비상한 용기가 필요하다. 그렇게 해서 한번 꺾인 지지도는 다시 되살아 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민주당은 당선인의 출발을 훼방 놓아서는 안 된다. 그를 제왕적 대통령제의 마지막 대통령, 전임자를 감옥에 보내지 않는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 명분을 세워주고 앞길을 터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당선인이 취임하면 너무 이르지도 너무 늦지도 않은 어느 시점에 국민에게 개헌 문제를 꺼낼 계기를 찾았으면 한다. 그것이 이제는 후진(後進)이 돼 나라의 전진(前進)을 가로막는 족쇄가 된 87년 체제를 허물고 윤석열 시대를 여는 진정한 개화(開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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