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바비언
서정민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차장
지난 4월 서울시가 발표한 ‘2020 서울먹거리통계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만 18세 이상의 시민 3833명)의 69.2%가 일주일에 한 번은 혼밥을 먹는다고 한다. 조사의 일주일 평균 혼밥 횟수는 3.44회. 혼밥 이유는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서’(72.3%), ‘시간이 없어서’(37.7%), ‘다른 사람과 먹기 싫어서’(11.6%) 등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30대 이하 젊은 층에선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싶어서’(32.4%), ‘나만의 독특한 식습관 때문에’(10.3%) 등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대답들도 많았다.
혼자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도록 세팅된 1인 식당. [사진 인터넷 캡처]
불과 10여 년 사이 ‘혼밥’은 우리 시대 식문화와 가치관의 변화를 가장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단어가 됐다. 과거의 혼밥은 부족한 경제력, 결여된 사회성 때문에 자의반 타의반 혼자 밥을 먹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우울한 표식이었다. 하지만 요즘의 혼밥은 환경·건강 등의 가치소비가 우선인 채식주의자를 비롯해 오롯이 자기만의 식사시간을 즐기고 싶어하는(사진) MZ세대가 증가하면서 개성이 됐다. 혼밥과 ‘~을 하는 사람 또는 그런 직업을 가진 사람’을 뜻하는 영어 접미사 ian을 합성한 신조어 ‘혼바비언’도 외식산업 트렌드의 긍정적인 이슈를 이야기할 때 주로 쓰인다.
이번 통계조사에서 눈에 띈 것은 코로나19 이후 ‘배달 및 포장음식’(49.2%), ‘온라인 식품구매’(39.1%)도 크게 증가했지만, ‘직접 음식을 조리해서 먹는다’(43.4%)도 증가했다는 점이다. 혼밥이라는 단어에 여전히 우울한 그늘도 짙지만, 팬데믹 시대의 혼밥은 혼자서도 잘 해먹는 ‘혼쿡’의 영역으로 확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