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초단
서정민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차장
지난 2일 국민대 온라인 입학식에서 있었던 임홍재 총장의 환영사가 화제다. “제 소개를 하자면 MBTI(2020년 8월 20일자 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참조)는 ISFJ입니다. 초콜릿은 민트초콜릿을 좋아하고요.” 구태의연한 단어들 대신 젊은이들의 관심사로 눈높이를 맞춘 것인데, 도대체 민트초코가 뭐길래.
요즘 MZ세대는 민초단vs반민초단으로 나뉜다. ‘민초단’은 민트와 초콜릿을 섞어 만든 민트초코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초콜릿 아이스크림(사진) 등에서 치약 맛이 난다”며 싫어하는 사람들은 ‘반(反)민초단’이다. 젊은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인터뷰 또는 SNS를 통해 민트초코에 대한 자신의 취향을 밝히는 게 유행이다. 지난해 11월 토트넘 트위터 공식계정에서 팬들과 대화를 나눴던 축구선수 손흥민은 ‘민트초콜릿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아주 중요한 질문이다. 그래서 나는 중립이다.”
배스킨라빈스가 출시한 '민트초코 아이스크림'.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MZ세대가 초콜릿 취향이라는 사소한 문제로 편을 나누고 SNS에서 논쟁을 벌이는 건 ‘느슨한 연대감’을 위한 일종의 놀이이기 때문이다. 느슨한 연대감이란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의 김용섭 소장이 지난해 제시한 트렌드 키워드로 “끈끈하지 않아도 충분한 관계”를 말한다. 특별한 이득을 취하기 위해 혈연·지연·학연 등의 인맥을 끈끈히 쌓아온 기성세대에 거부감을 느낀 MZ세대는 얼굴은 몰라도 취향은 같은 부담 없는 관계를 선호한다는 것. 게으른 듯 보이지만 그만큼 자유로운, 느슨함의 상태를 MZ세대가 잘 활용하길 바란다.
서정민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차장